李대통령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모색"…실용외교 첫 관문

23일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취임 80일 만의 첫 방일
과거사보다 미래 협력에 무게…한미일 안보 협력도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3일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이 우호적 메시지를 주고받은 만큼 회담에서는 '셔틀 외교' 복원은 물론 미래지향적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이 견지해 온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의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1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3일 방미에 앞서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 및 만찬 일정을 가질 예정이다. 이 대통령 취임 80일 만의 첫 방일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한일 정상은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 발판을 공고히 하고 한일 그리고 한미일 공조 강화는 물론 역내 평화 안정,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게 될 것"이라며 "이번 방일을 통해 양 정상 간 개인적 유대 및 신뢰 관계가 더욱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 셔틀 외교 복원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지난 6월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양 정상은 셔틀 외교 재개 의지를 재확인하고 한미일 공조 지속-발전의 뜻을 모은 바 있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도 "국익 중심 실용 외교의 원칙으로 셔틀 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과거사보다는 미래 협력 의제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전임 정부가 3년간 외면했던 과거사 문제를 언급했지만, 발언의 중심은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협력에 맞춰졌다.

이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미래'를 말했다. 이시바 총리도 같은 날 패전 80년 전몰자 추도식에서 "다시는 길을 잘못 가지 않겠다"며 '반성'을 언급했다. 양국 정상이 회담 전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각각 표명한 만큼 이번 정상회담은 자연스럽게 미래 협력 과제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는 한미일 안보 협력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한일 정상회담을 배치한 것도 한일 협력을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가 중국에 경도됐다는 미국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한국과 일본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나 일본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이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등 민감한 사안도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강 대변인은 "국민 건강권과 이익은 정부의 큰 관심사"라며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