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미래 지향" 日총리 "전쟁 반성"…거리 좁히는 한일 양국
李대통령 과거사 언급하면서도 "日 중요한 동반자"…日총리는 13년 만의 '전쟁 반성'
한일정상회담서 양 정상 선언 나올까…대통령실 "日 반성 자체에 주목"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광복 80주년에 한일 정상이 우호적인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사를 직시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양국 협력을 말했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전쟁에 대한 '반성'을 언급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한일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 간의 진전된 선언문이 나올지 주목된다.
1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15일) 광복 80주년 경축사를 통해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한일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다.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곁에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이 많이 계신다"면서도 "가혹한 일제 식민 지배에 맞서면서도 언젠가는 한일 양국이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 선열들의 간절한 염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로 표현하며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사라졌던 과거사 문제를 다시 소환했지만 방점은 미래지향적 관계 설정에 찍혔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에 화답하듯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같은날 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 패전 80년을 맞아 진행된 전몰자 추도식에서 "다시는 길을 잘못 가지 않겠다.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며 '반성'을 언급했다. 일본 총리가 패전일 추도식에서 반성을 언급한 건 13년 만이다.
일본 유력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올해도 지속됐지만 일본 총리가 나서 전향적인 메시지를 냈다는 점에서 셔틀외교 복원을 비롯한 한일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취임 후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한다는 점에서 양국 정상이 경제 협력이나 한미일 공조 등 세부 의제보다는 미래지향적 한일 협력을 위한 선언에 합의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하며 "그 원칙이 매우 바람직하고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통해 과거사 문제를 직시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이고 협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이 대통령의 대일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시바 총리의 '전쟁 반성' 언급에 대해 "(반성을 언급한) 자체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며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우리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면서 국가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나은 미래와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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