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양도세 대주주 기준 결론 못내고…'신중 또 신중'

코스피·코스닥 급락에 개인투자자 반발 확산
고위당정협의서 결론 미루고 장기 검토 기조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 고위공직자 워크숍에서 '국민주권 정부 국정운영 방향과 고위공직자 자세'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7.3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대통령실과 정부, 더불어민주당이 주식 거래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의 현행 50억 원 원복 여부를 결론내지 못하고 미뤘다.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코스피·코스닥 급락과 개인투자자 반발이 거세지자, 주식시장 활성화를 내세운 정부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여당 안팎의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조세정의 차원에서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아서다.

대통령실은 당초 민감한 정치 현안에도 신속 결단을 내려왔지만, 이번에는 시장 충격과 투자심리 위축을 우려해 '속도 조절' 기조로 선회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10일) 열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고위당정협의에서 당정은 세제 개편안을 놓고 논의를 이어갔으나 결론을 미루고, 향후 양도세 관련 추이를 지켜보며 숙고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이 이처럼 '민감 모드'로 전환한 건 이례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대통령실은 사면, 장관 임명 등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에서도 신속하게 결단을 내려왔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코스피·코스닥 폭락과 투자자 민심 이반이라는 직접적 시장 반응이 즉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고, 최고세율 35%의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실제 해당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튿날인 지난 1일 코스피는 3.9%, 코스닥은 4% 폭락했다. 모두 이재명 정부 들어서 보인 가장 큰 낙폭이었다.

이 같은 폭락세에 개인투자자의 반발이 확산되자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번 세제 개편안은 '코스피 5000 달성'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에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여당 지도부는 양도세 대주주 기준 재검토를 시사하면서도 관련 국민 여론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세제 개편안에 대해 유보 결정을 내리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향후 정부 경제정책의 신뢰도에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 조절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광장에서 '코스피 5000시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25.5.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특히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가 선정한 중점 과제에 ‘코스피 5000 시대’ 달성이 포함돼 있어, 국내 증시 안정과 신뢰 확보는 정부의 핵심 과제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와 대통령실에서 결정한 사안을 금방 바꾸면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대통령실은 심사숙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고위당정협의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당정은 수시 소통 채널을 활용해 조율을 이어갈 방침이다.

일부에서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함께 예산 부수 법안인 세법 심사 과정에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도 다양한 의견을 더 듣고, 시장 흐름과 지표를 모니터링하면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추이를 지켜보며 풀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