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첫 국빈방문 베트남 서기장…한미·한일회담 앞두고 실용외교 시동

또 럼 서기장 11일 국빈 방한…李 외교 행보 본격화
베트남과 원전·고속철·공급망 협력 논의 전망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8.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하계 휴가에서 복귀한 이재명 대통령이 본격적인 외교 시험대에 오른다.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이 이달 말로 줄줄이 추진되는 가운데, 첫 공식 외국 정상으로 베트남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을 국빈 초청해 11일 정상회담에 나선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베트남과 원전, 고속철도, 과학기술 인재 교류 등 미래 전략 분야에서 협력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다.

10일 대통령실 등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을 계기로 양국 간 민관 경제협력 기반을 강화하고, 첨단 산업 공급망 협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베트남은 우리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내 핵심 협력국"이라며 "또 럼 서기장의 국빈 방한을 통해 한·베트남 관계를 더욱 미래지향적이며 호혜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럼 서기장은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자 실질적인 최고지도자로, 공식 국가수반인 국가주석보다 높은 위상을 지닌다. 베트남 서기장 방한은 지난 2014년 응우옌 푸 쫑 서기장 이후 11년 만으로, 한국이 아세안 핵심 파트너로서 베트남을 재확인했다는 외교적 의미도 담긴다.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도 베트남을 첫 국빈 정상으로 초청한 것은 베트남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제조업 공급망의 요충지로 자리 잡은 점을 반영한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한국과 베트남은 2022년부터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으며, 2030년까지 양국 교역액을 1500억달러(208조 2900억원)로 확대한다는 공동 목표도 공유하고 있다.

11일 열리는 국빈 만찬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등 경제6단체장은 물론, 삼성전자·현대차·LG·포스코·한화·HD현대 등 베트남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둔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참석한다.

정부는 이 자리를 계기로 원전, 고속철, 스마트시티 등 국책 인프라 프로젝트의 수주 가능성을 확대하고, 과학기술 기반 인재 교류 협력을 통해 양국 간 공급망 연계를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인재 양성과 기술 교육, 청년 교류 등 사회 전반 협력 확대 방안도 폭넓게 다뤄질 전망이다. 사실상 이번 회담은 단순 외교 이벤트가 아닌 정부의 경제 중심 실용 외교를 구체화하는 단계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정상 간 신뢰와 민관 협력의 조합이 실질적인 경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최근 베트남 현지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관광객의 일회성 방문을 넘어, 양국에는 약 10만 가구에 달하는 한-베트남 다문화 가정이 있다"며 "한국과 베트남은 결혼으로 맺어진 사돈의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베트남의 국가 비전 실현을 위해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함께 도약할 것"이라며 "원전·고속철도 등 인프라 분야와 과학기술·첨단 산업 분야가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