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된 대통령, 10일 된 '협상팀'…트럼프 '매드맨 전략' 막았다
농축산물 개방 없이 15% 관세…국익중심 실용외교 첫 시험대 '긍정적
한미정상회담·FTA 복원 2차 관문…"트럼프 추가 요구 대응 따라 성적표 달라져"
- 한재준 기자,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김지현 기자 = 우리나라와 미국 간 관세협상이 타결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첫 시험대로 여겨졌던 관세협상에서 일본·유럽연합(EU) 등과 같은 15%의 관세를 받아내는 등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상호관세로 인해 훼손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복원과 우리 정부가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구체화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조만간 진행될 한미정상회담이 이재명 정부 실용외교의 2차 관문이 될 전망이다.
31일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필두로 한 협상팀은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관세협상을 타결했다.
우리 정부는 3500억 달러의 대미투자와 1000억 달러의 에너지 구매를 조건으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10%포인트(p)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일본·EU와 동일한 세율이다. 대신 미국이 집요하게 요구하던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은 방어했다. 자동차 품목 관세도 15%로 합의했다.
애초 미국은 우리나라에 4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와 시장 개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관세를 낮추기 위해 상당 규모의 대미 투자와 시장 개방이 불가피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시장 개방 없이 투자를 통해서만 일본·EU와 동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품목 관세를 예고한 반도체·의약품 등도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적시했다.
그간 이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로 관세협상에 임하겠다고 강조해 왔는데 첫 번째 시험대를 무난하게 통과했다. 인수위원회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한 데다 협상에 임할 장관들이 임명되는 데 상당 시간 필요했음에도 취임 두 달 만에 전 부처와 기업이 원팀으로 힘을 합쳐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협상은 우리 국민주권 정부의 첫 통상 분야 과제였다"라며 "큰 고비 하나를 넘었다. 촉박한 기간과 녹록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정부는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진은 유리한 결과를 받아내기 위해 협상 카드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면서 관세협상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의도적으로 협상 관련 발언을 하지 않는 '전략적 침묵'을 이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협상팀으로부터 수시로 상황을 보고 받으며 쉴틈없이 협상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타결 직전인 이날 새벽에도 수시로 전화 보고를 받으며 비상대기를 이어갔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가장 민감했던 농축산물에 대해 추가 개방 없이도 15% 관세를 이끌어 냈다"라며 "돈도 덜 쓰고 다른 주요국과 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긍정적"이라고 했다.
최대 현안이던 관세협상을 타결지으며 1차 관문을 지났지만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는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 정부는 조선 분야를 비롯해 반도체·원전·이차전지·바이오 분야에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펀드 조성을 약속했는데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미국은 펀드 수익의 90%를 가져가겠다고 하는 등 세부 내용을 두고 기 싸움을 시작한 상태다.
FTA에도 불구하고 15%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은 것도 장기적으로 미국과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번 협상의 안건으로 오르지 않은 방위비 분담 등 안보 관련 협상도 타결해야 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농축산물 개방 없이 15%로 관세를 낮춘 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소나기는 피했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막아낼 장기적인 방패가 훼손됐기 때문에 FTA 복원이 큰 숙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회담에서는 세부적인 협상안과 방위비 문제가 나올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적인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외교 성적표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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