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반복되는 정부 조직개편…'쪼개는' 이유 설명돼야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1차 전체 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6.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1차 전체 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6.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손승환 기자

"정치인은 남의 사람을 못 믿어. 근데 공무원은 리더가 시키는 걸 하는 데 최적화된 사람이거든."

약 2년여간 기획재정부를 출입하며 들은 복수의 관료가 비슷한 취지로 한 말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공직사회를 대폭 뒤엎는 관행을 꼬집은 대목이다. 계파를 만드는 것에 익숙한 정치권과 달리 공무원은 언제든 새로운 조직에 충성한다는 의미도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조직 개편이 이뤄진다. 새 국정기조에 따라 축소하거나 확장해 권력의지를 실현할 틀을 갖추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전임 정부의 조직 체계와 그 안에 복무하던 사람은 불가피하게 척결의 대상이 된다.

이재명 정부는 비상계엄으로 인한 대통령 탄핵 정국을 돌파하고 탄생한 정권이다. 이재명 대통령 본인이 거대 권력에 끊임없이 공격받았으나 끝내 살아남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이 거대권력 해체에 맞춰진 것은 어쩌면 필연이다. 기재부의 경우 여러 정부를 거치는 동안 경제정책과 예산을 총괄하는 '공룡 부처'로 군림했다. 이런 기재부의 힘을 빼기 위해 새 정부 5년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회는 예산 기능을 떼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 산하에 두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고 한다.

문제는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높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처를 분리하면 새로운 정부청사 공간이 필요하고, 보다 많은 인력이 소요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도 있다. 재편된 부처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일정 기간 업무는 멈출 것이며, 부처 간 업무 배분이나 방식을 새로 구축하는 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이런 점에서 '시키는 걸 잘하는' 이들을 굳이 떼놓는 일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24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의 대폭 삭감은 윤 전 대통령이 적극 밀어붙인 결과라고 한다. 대통령이 직접 공무원을 불러 호통치자 기존 예산 편성 기조에 배치되는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논리대로 기재부의 힘이 너무 커 나눠야 한다기에는 대통령의 권한이 훨씬 더 막강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기재부를 향한 타 부처의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매년 예산 편성 시즌이 되면 기재부 사무실 복도에는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타 부처 및 산하기관 공무원들이 사 온 간식 더미가 넘쳐난다. 예산·세제·정책은 물론 공공기관도 주무를 수 있는 권한 탓에 기재부가 입주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은 한때 '갑(甲)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처럼 큰 사회적 비용이 드는 공직사회 개편이 필요한 이유를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친명(친이재명) 인사도 '왜 하필 지금인지 모르겠다'는 기재부 쪼개기를 반드시 해야겠다면 조직 개편으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효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이다.

막 출범한 새 정부가 충분한 설명 없는 조직 개편안만 떡하니 내놓는다면, 강한 집단을 더 강한 집단이 길들이려 한다는 의심은 확신으로 번질 것이다.

s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