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한달]'즉시 추경→정상 외교→조각 속도'…국정 안정 되찾다
인수위 없이 급출발…수석급 참모에 상시로 질문, 'AI 3강' 목표 설정
여야 정치권, 국민과 격의 없는 소통 …전 정부 인사 유임 실용 천명
- 한재준 기자,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3일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인수위원회 없이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비교적 빠르게 국정이 안정을 찾고 있다는 평가다.
취임 즉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지시해 경제 회복의 시그널을 보내는 한편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속도감 있는 내각 구성 과정에서 전 정부 인사를 유임하는 실용주의 인선도 선보였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3일 취임 30일을 맞아 첫 기자회견을 연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에 대해 직접 답변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취임하자 내린 첫 지시는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이었다.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무너진 민생 회복이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TF가 구성되자마자 열린 첫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경기 진작을 위한 추경 편성을 주문했다. 대통령이 직접 △경기회복과 소비 진작 △취약계층·소상공인 우선 지원이란 원칙을 제시하며 진두지휘하면서 취임 보름 만에 추경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로 넘어갔다.
긴축으로 일관한 전 정부의 기조를 끝내고 정부가 경제 회복의 선두에 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경제 회복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는 참모들과의 회의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정책실장의 보고 중에도 세부적인 내용이 궁금하면 각 분야 수석들을 불러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대통령 스스로 디테일까지 챙기겠다는 의지다. 이 때문에 정책실장 보고 때도 수석들이 상시 대기했다는 후문이다. 공식 회의가 없는 날에도 이 대통령은 현안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수석급 참모들을 상시로 불러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3강 진입'이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하고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센터장을 발탁했다. AI 산업 정책을 주도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스타트업을 육성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는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를 기용했다.
경제 정책의 우선순위에 AI를 올려두면서 새 정부가 집중해야 할 국정 방향을 조기에 설정했다는 평가다. 취임 후 첫 지방 일정으로 울산 AI데이터센터 출범식을 찾은 것도 '경제 성장'이라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고속 성장했는데 시중 말로 깔딱고개를 넘는 중"이라며 "준비하기에 따라 새로운 세상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다시 내려갈 수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위대한 저력으로 위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각 인선도 속도감 있게 진행했다. 1차 인선에서 11개 부처, 2차 인선에서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일괄 발표하면서 19개 부처 중 17개 부처 인사를 취임 27일 만에 완료했다.
시급한 현안인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취임 2주 만에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찾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기 귀국으로 양자회담이 성사되진 않았지만 주요국 정상과 만나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전 세계에 알리며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이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민생 경제에 집중하면서 국정운영 방향을 잘 설정했다"며 "성과가 나기 이전에 정책 운영에 있어서의 우선순위와 집중도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다"고 평가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대국민 소통 또한 취임 한 달간 돋보였던 포인트다. 격의 없는 대화를 선호하는 이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이 국정 운영에도 반영됐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 직후 곧바로 우원식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와 비빔밥 오찬을 가진 것은 '이재명 정부'의 소통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3주만에 여야 지도부를 대통령 관저로 초대하기도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추경안 심사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다. 참모진이 7월 중 여야 지도부 회동을 제안했지만 이 대통령이 "미룰 이유가 없다"고 만남을 추진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30일이 되는 오는 3일에는 비교섭단체인 야5당 대표와도 오찬 회동을 갖는다.
국민과의 접점을 넓히는 행보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광주를 찾아 광주시민·전남도민과 약 130분간 타운홀미팅을 진행했다. 통상 대통령과 일반 국민과의 만남은 돌발 변수를 고려해 생중계를 지양하지만 이 대통령의 지시로 모든 대화 장면이 실시간으로 송출됐다.
광주·전남 지역의 현안인 민간·군 공항 통합 이전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직접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중재하겠다는 의지였다. 이 대통령은 당일 대통령실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항 이전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박 교수는 "국민과의 교감을 통해 민주당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음을 보여준 행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에 직접 답한다는 계획이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후 가장 빠른 공식 기자회견이다.
취임 한 달간의 행보에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철학도 녹아있다.
이 대통령은 내각 인선 과정에서 전 정부 인사 유임이라는 파격을 선보였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에 포함하기로 했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전 정부 인사라도 유능하다면 기용하겠다는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과정에서 소관 기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업무 의지가 강한 송 장관과 오 처장을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초대 내각에 현역 의원 8명을 기용한 것도 당정 간 엇박자를 최소화하고, 강한 그립으로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인사라는 평가다.
대신 정책 전문성을 요하는 곳에는 관료를 전진 배치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핵심 과제인 AI 등의 부문에는 기업인들을 과감히 기용하는 파격을 보였다. 반면 이 대통령은 내각 구성에 있어 학계 인사는 최소화했다. 이 또한 실행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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