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이시바 "직접 만나 깊은 대화"…이달 정상회담 가능성

양국 정상 25분간 통화…한미일 협력으로 지정학적 위기 대응 동감
성숙한 한일관계 공감대…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계기 정상회담 전망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9일 한일 양국 간 소통 확대에 뜻을 모았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자고도 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강조해 온 만큼 과거사 직시와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 구축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부터 약 25분간 이시바 총리와 통화를 나눴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밝혔다. 이 대통령 취임 5일 만에 양국 정상이 직접 소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해외 정상과의 통화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한일 상생 방향 모색…한미일 협력 틀 안에서 지정학적 위기 대응"

이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오늘날의 전략적 환경 속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 도전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지만 양국 간 협력으로 상호 이익이 되는 분야에서는 손을 맞잡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에도 한일 관계에 대해 "경제 문제 ,안보 문제, 기술 문제, 문화, 교육, 쌍방에 모두 도움 되는 것들을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 그렇게 해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선린우호관계, 공동 번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에 이시바 총리도 화답했다. 양 정상은 상호 존중과 신뢰, 책임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한미일 협력의 틀 안에서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노력도 하자고 했다.

이날 양 정상 간 통화 내용에는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대일 외교 기조가 녹아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 공약 발표 당시 "일본은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한·미·일 협력을 견고히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025년 5월 21일 도쿄 관저에서 신임 농림수산대신 고이즈미 신지로와 회의 후 기자회겨을 열고 있다. 2025.5.21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직접 만나 심도 있는 대화"…한일 정상 G7서 대면할까

양국 정상은 이날 이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나자는 제안도 주고 받았다. 강 대변인은 "양 정상이 향후 직접 만나 한일관계 발전 방향을 비롯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도 두 정상이 조속한 시일 내에 직접 만나는 기회를 갖고 정상을 포함해 양국 정부 간 긴밀한 의사 소통에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의 통화에 비춰 볼 때 15~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만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 당선 직후 한일 정상회담이 가능한 빨리 이뤄졌으면 한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오는 22일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인 만큼 다자외교 현장이 아니더라도 두 정상이 직접 만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이번 달 두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될 경우 역대 정권 대비 상당히 이른 시기에 정상회담이 개최되게 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후 6개월여 만에 당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약식회담으로 처음 대면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약 2달 후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편 이 대통령은 미국·일본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조만간 통화를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문 전 대통령과 윤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미·일·중 순으로 정상 간 통화를 나눈 바 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