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속풀이] 친윤·비윤·친명·비명없다…선거제 개편 난맥상
소선구제도로 국회 입성한 여야, 기득권 버릴지는 의문
중대선거구제도 만능은 아냐…제대로된 논의 위한 시간도 부족
- 김정률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2023년 새해 벽두 정치권의 화두 선거제 개편이 떠올랐다.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만 뽑은 현행 소선구제도 개편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본인들의 기득권이 달린 일에는 여야 할 것 없이 똘똘 뭉치는 정치권이 '역사적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승자독식을 비판하며 한 선거구에 복수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하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3월까지 총선 선거 제도를 확정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선거제 개편 논의는 불이 붙은 모습이다.
문제는 현재 소선구제로 국회에 입성한 국회의원들이 본인들의 기득권을 포기해야하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찬성할 가능성이 있냐는 것이다.
여야 지도부를 모든 거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최근 KBS 라디오에서 "지금 현역 의원들이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에 결사 반대하기에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실제 선거법 개정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올라온 관련 법안들 가운데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한 법안은 3건(민주당 발의)에 불과하다.
사실 중대선거구제가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선거구가 확대되면서 제3당에서도 당선 가능성을 높여 다당제를 실현하고 선거구 획정 등을 용이하게 하는 장점은 뚜렷하다.
단점으로 선거구 확대 필요성, 한 당에서 복수의 공천을 해 후보자간 경쟁 가열, 계파 정치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선거구가 커지면서 선거 비용 증가와 한국과 같은 수도권 중심인 국가에서는 비수도권인 농어촌 지역의 지역 대표성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선거제 개편을 위해서는 여야 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까지 모두 모여 장시간에 걸친 논의를 통해 장점을 최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는 최적의 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의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선거법상 선거 1년을 남기고 선거구를 획정하는 만큼 여야는 올해 4월까지 선거제 개편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여야가 선거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하기는 어려워 보이다.
특히 현재 여야 지역구를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을 거의 장악, 국민의힘은 영남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중대선거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선거제 개편은 올해 상반기 여야의 충돌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충돌 끝에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결과는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기현상만 낳았을 뿐이다. 이번 선거제 개편 논의에서도 여야가 기득권에만 매몰돼 중구난방식 논의만 이어갈 경우 이런 최악의 결과를 다시 불러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윤 대통령과 김 국회의장이 선거법 개정 화두를 꺼내자, 여야 지도부는 일단 논의는 시작해 보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야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중대선거구제 개편 논의로 이어지기에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주호영 원내대표는 4일 당 소속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긴급 간담회를 진행했다. 주 원내대표는 "가급적 중대선거구제로 (선거제도를) 옮기는 방안을 방향으로 노력해보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선거법을 만드는 게 국회의원이고 이해당사자인데 국회의원이 아니면 누가 하겠나.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의견을 들어서 개혁을 쉽게 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지역구 사정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의견을 모으는 게 대단히 어렵겠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친윤계라고 자처했던 의원들은 중대선구제 도입에 대해 일단 신중한 모습이다. 윤심을 강조하며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기현 의원도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비윤계라고 할 수 있는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심은 곧 민심인데 어찌 감히 반발한단 말이냐"며 "자기에게 유리할 때만 친윤입니까"라며 침묵하는 친윤계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사정 역시 비슷하다. 선거제 개편이라는 큰틀에 대한 논의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당내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선거제 개편 논의 자체를 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대 선거구 문제에 대해선 여러 논란이 있다. 제도의 장단이 있다"며 "기득권, 소위 유명하고 경쟁력이 큰 사람들만의 장이 될 수 있고 신인의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장단점을 고려해서 당의 의견을 모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에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기득권과 유명한 사람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친명계라고 할 수 있는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위험하다. 정치 기득권 강화와 계파 정치 부활만 가져올 것"고 동조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중대 선거구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 내부에서도 이렇게 입장이 갈리는 것은 계파에 상관없이 차기 총선에서 자신들의 유불리를 따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윤 대통령이 던진 화두라고 해도 여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영남 지역구 의원들은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달가울리 없다. 가뜩이나 수도권에 비해 의석수가 적은 상황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영남세가 더욱 약화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야당의 핵심 지역인 호남 의원들 역시 선거제 개편 논의를 환영하기는 어렵다. 반면 여야를 떠나 수도권 의원들의 경우 유불리는 갈리지만 중대선거구제 개편은 해볼만하다는 판단을 하는 분위기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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