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北에 '경고·대화' 동시 메시지…'상황 관리'
[2주년 대담] 트럼프 메시지 전하며 '중재자' 입지 부각
식량지원 의사 명확히…"대화 교착 푸는데 도움될 것"
- 서재준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북한에 경고와 대화의 메시지를 동시에 표출하며 '상황 관리'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이날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된다며 '경고'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행위(발사체 발사)가 거듭된다면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북측에 경고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공개적으로 '경고'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4일과 이날 이어진 발사체 발사로 인해 대북 관련 국내 여론이 악화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4일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해 '미사일'이라는 언급을 피함으로써 "북한의 눈치를 본다"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한미 간 공식적인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북한이 발사 이튿날인 5일 공개한 사진에서 미사일로 볼 수밖에 없는 발사체가 확인되며 여론은 더 악화됐다.
게다가 이날 북한이 추가로 발사체 두 발을 발사하자 여론은 더 나빠졌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메시지를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그 근거도 덧붙였다. 서해 쪽인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발사해 북한 전역을 가로질러 동해안 쪽으로 발사한 것과 400km가 넘는 사거리를 언급한 것이다.
한미의 정보 공유 상황과 북한 눈치보기에 대한 대한 국내 여론의 의혹을 불식하고 동시에 북한에도 이번 발사체 발사를 사실상의 군사 도발로 볼 수도 있다는 정부의 경고성 입장을 전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군사 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본다"라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위반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라는 발언을 통해 어조를 낮췄다.
특히 북한이 과거 군사 도발 때와 달리 과시적 표현 없이 "훈련을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것을 평가하며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대북 관련 발언은 정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로서의 기능하고 입지를 재확인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전하며 북미 양 측의 메시지를 모두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행동에 대해 '고약한 일일 수 있으나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대화를 통해 잘 해결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라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식량지원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북한에 대한 한국의 인도적 지원을 절대적으로 축복한다'라고 했다"라며 "식량지원은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자신의 입장을 발표해 달라고 했다"라고 밝히며 긴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최근 현안으로 부각된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식량지원은 대화 교착을 푸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해 북한의 발사체 발사 국면과 별개로 대북 인도지원 사업을 강행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인도지원 추진이 '중재자'로서의 입지에 걸맞은 행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근본적인 해법은 북미 간 조속히 마주 앉는 것이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라며 "재촉하지는 않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북한에 회담을 제안하고 대화로 이끌어 낼 것"이라고 언급해 중재자로서의 행보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북한이 어떤 식으로 호응해 나설지는 미지수다.
최근 남측의 중재자 역할에 대해 공개적 언급을 통해 비판하고 우리 측의 군사 훈련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의 '경고'에 대해 반발하며 국면을 경색시킬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북한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는 만큼 더 이상의 경색은 피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도 북한의 선택지다.
또 유엔을 통한 지원 요청을 할 정도로 시급해 보이는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대남 혹은 대미 비난의 수위를 높이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대담 과정에서 "남북 간 군사 합의 이후에도 양 측은 기존의 무기체계를 더 발달시키기 위한 시험 발사나 훈련은 계속하고 있다"라며 "훈련을 한 것"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는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 다음 행보의 수준을 고려할만한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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