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총무비서관에 '실세' 대신 '늘공'…'흑역사' 단절 파격인사

기재부출신 이정도 발탁…문고리 권력 차단 의지
靑 "철저히 시스템과 원칙 따라 운영하겠단 의지"

문재인 정부 초대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된 이정도 기재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이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17.5.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이정도 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52)을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발탁한 것은 최측근 임명에서 비롯된 '흑역사'를 깨고 총무비서관 업무를 실무에 한정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신임 대통령께서는 이번에 총무비서관 자리를 예산 정책 전문 행정공무원에게 맡김으로써 철저히 시스템과 원칙에 따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그는 "특별히 그동안 총무비서관 자리는 청와대 인사와 재정을 총괄하는 막후 실세로 알려지기도 한 그런 자리인데 대통령의 최측근이 맡아온 것이 전례였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인사관리, 재무·행정 업무, 국유재산과 시설·물품관리, 경내 행사등 청와대 안살림을 총괄하는 자리다. 총무비서관은 특히 청와대의 자금 출납을 전담하며 대통령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은 최측근을 총무비서관으로 임명해왔다.

이로인해 과거 정부의 총무비서관들은 대부분 법정에 섰다. 김영삼 정부의 청와대 총무수석을 지낸 홍인길씨는 김 전 대통령의 가까운 인척이었다. 홍 전 수석은 지난 1997년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으로 부터 1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지낸 최도술 전 비서관은 '노무현변호사사무실' 사무장 출신이었다. 그 또한 지난 2003년 SK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노무현 정부때 총무비서관을 맡은 정상문 서울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또한 노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을 함께 준비했던 40년 지기였다. 정 전 비서관은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이 청와대에서 '왕(王)비서관' 역할을 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이며 오랫동안 'MB 집사'로 불렸다. 그는 구속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검 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부출범과 함께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명인 이재만씨를 총무비서관에 발탁했다. 이 전 총무비서관은 정호성·안봉근 전 부속비서관들과 함께 청와대를 '구중궁궐(九重宮闕)'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최측근을 물리치고 기재부 출신 이정도 비서관을 발탁한 것은 과거 정권의 '총무비서관 흑역사'를 깨고 총무비서관에게 철저하게 청와대 살림살이를 챙기는 역할만 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재부 7급 출신부터 시작해 요직을 훑은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의 재정 전문가라는 이 비서관 이력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인선이 발표되기 전 총무비서관에는 문 대통령 측근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에게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측근이 아닌 공무원 출신을 자리에 앉힘으로써 측근 임명 시 일 수 있는 논란까지 차단한 모습이다.

청와대가 취임 이틀째인 이날 총무비서관을 빨리 발표한 것도 총무비서관 업무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엔 총무비서관 인사 공개가 한동안 안 돼 하마평이 지속되다 취임 2주여가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가 이뤄졌다.

이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이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총무비서관, 부속실장 등 청와대 핵심 비서관의 인선이 국민과 소통 없이 진행되고 공식 발표 없이 알음알음 알려지는 것은 비정상적인 불통 인사의 전형"이라고 비판 논평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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