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문제있는 정국현안 대응...소통 부재, 투명성 논란 부추겨

언론 보도 이후 뒤늦은 해명...정작 나서야 할 땐 '침묵'
사안마다 다른 대응 방식, '불통 이미지' 심화

세종로사거리에서 바라본 청와대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허남영 기자 = 최근의 국내외 정세와 여야 대치정국에 반응하는 청와대의 대응방식을 놓고 이런저런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가 정작 목소리를 내야 할 국면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가 하면 사후약방문식 늑장대응으로 '소통 부재', '투명성'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예가 정부 조달시장 개방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 의정서 비준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비준안을 지난 15일 재가했으나, 이런 사실은 야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로 세상에 알려졌다.

국내 철도시장 개방과 철도 민영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비준안인 만큼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야당은 "그런 과정을 생략한 채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로 속결 처리한 것은 '밀실 비준'"이라며 논란의 불씨를 댕겼다.

청와대는 이같은 논쟁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27일에서야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난 15일 박 대통령의 재가 사실을 확인하면서 "법제처 문의 결과 GPA 개정 의정서 비준안이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는 사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통보받았고 그래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재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GPA 개정 협상은 역대 정부에서부터 계속돼왔던 것으로서 그 내용 또한 이미 공개돼 있던 것인 만큼 '밀실 처리' 등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지만 야권의 문제 제기 전에 좀 더 투명하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중국이 이어도 상공을 포함한 구역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것과 관련해서도 청와대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가들이 중국의 이같은 행위를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행위로 간주하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정작 당사자인 한국만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도 청와대 관계자는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방부 발표를 참고하라"고 했다.

현재 외교 안보 분야의 컨트롤타워이자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새로 생긴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다.

이곳에서 논의되고 결정된 사항을 국방부에서 발표하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혼란을 막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박 대통령 취임 후 가까워진 한중관계에 자칫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할 말을 못하고 있을 수 있다"며 "그게 더 진실에 가깝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치정국으로 치닫고 있는 '여의도 정치권'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은 그때 그때마다 다르다.

기본적으로 정치현안과 거리두기가 박 대통령의 원칙이긴 하지만 '꼭 해야할 말은 한다'는 게 대응방식인 듯 하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의 시국미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특검 설치와 국회 특위 구성을 촉구하는 야당의 요구에 오랜시간 침묵을 지켜 온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고 체제를 부정하는 사안에 대해 유독 민감하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의 '침묵 정치'에 대해 "야권에 정쟁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 현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응방식은 그러나 불리한 국면에서는 '침묵'을, 유리한 국면에서는 '적극적 공세'에 나서는 것처럼 비춰지면서 치명적 약점인 '불통의 이미지'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때문에 정치 현안과 관련, 간헐적으로나마 나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대치정국의 해법이 되기 보다 또다른 논쟁으로 확대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nyhu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