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내일 국회 시정연설…정국 묘수 낼까?

野 '대선개입 특검'·'국정원 특위' 요구 입장 표명 여부 주목
직접 언급 않더라도 '국회 존중' 차원서 가능성 열어둘 수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수치 수여식을 마치고 김현집 합동참모차장(왼쪽)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함께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3.11.15/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8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 나서는 가운데, 청와대 주변에도 자못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박 대통령 시정연설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어쨌든 이번 연설이 연말 정국의 향방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기 때문이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프랑스·영국·벨기에 등 유럽 순방에서 귀국한 이후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식 방한 및 한·러 정상회담 때를 제외하곤 공개 일정을 최소화한 채 순방 성과 정리와 함께 향후 정국구상에 매진해왔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휴일인 이날도 일체의 공개일정 없이 관련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이번 시정연설은 지난 2월 취임식과 9월 황우여 새누리당·김한길 민주당 대표와의 '국회 3자 회담'에 이은 세 번째 국회 방문이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직접 국회 시정연설에 나서는 건 지난 1988년 노태우, 2003년 노무현,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등 야당은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정부기관과 군(軍)의 지난해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 및 국회 내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를 주장하며, 박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그 수용 여부를 밝힐 것을 압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거취 문제 등과 연계해 계속 미루고 있는 것 또한 '박 대통령으로부터 국정원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반드시 듣고야 말겠다'는 대여(對與) 압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야당의 이 같은 바람과는 달리,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관계자들 사이엔 박 대통령이 이번 시정연설에서 국정원 관련 문제 등에 대해 언급하더라도 '수사 및 재판결과에 따른 관련자 처벌과 재발방지책 마련'이란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여권 관계자는 "시정연설은 기본적으로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의 연설에 국정원 관련 문제 등 현안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더라도 원론적이거나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사항에 대해 일일이 '가타부타' 의견을 피력한다면 오히려 그로 인한 정쟁(政爭)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국정원 관련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보다는 올 하반기 국정운영의 주요목표로 제시했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민생안정을 위해 각종 입법과제 실현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여야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란 전망이 많다.

또 최근 유럽 순방과 한·러 정상회담을 포함한 그동안의 '세일즈 외교' 성과를 설명하고, 정부의 대북(對北) 및 외교정책 방향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 그리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에 대한 지지와 협조 또한 거듭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를 계속 '외면'만 할 경우 그 여파로 예산안 처리 등의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연말 정기국회의 정상 가동 또한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점이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박 대통령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파국'을 막기 위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 도입이나 특위 구성은 국회가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어떤 경우에라도 국정운영의 가장 큰 책임이 정부·여당에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야당의 '양특(특검 도입 및 특위 구성)' 요구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을 주진 않더라도 '국회 존중' 차원에서 그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그 해법을 모색하려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즉, 특검이든 특위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서로 합의해 추진키로 결정한다면 청와대가 그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도록 함으로써 나름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이미 특검 불가 입장을 밝혀온 새누리당의 유연한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

이 경우 당장 여야 간의 대치 정국이 풀리진 않더라도 국회 의사일정의 '완전 파행' 상황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민주당 김 대표가 서한을 보내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했을 때에도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절차에 대해선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고, 그건 국회가 논의해서 할 일"이란 답변을 내놨고, 이후 여야는 관련 국조 추진에 합의해 이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박 대통령을 겨냥해 거듭 '양특' 수용에 관한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 또한 여전하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