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비서실 개편 후 막강해진 '왕실장'의 영향력
'만기친람형' 박 대통령 리더십에 변화 조짐
인사 등에 비서실장 힘 실리며 야권 표적되기도
- 허남영 기자
(서울=뉴스1) 허남영 기자 = 지난 8·5 청와대 비서실 개편을 계기로 김기춘 비서실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김 실장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막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이기도 한 김 실장의 등장 이후 김 실장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내 권력구도의 쏠림 현상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전 허태열 실장 때만 하더라도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대통령의 전화가 울릴 때마다 허 실장이 깜짝 놀라면서 표정이 굳어지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면서 "반면에 김 실장은 늘 여유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김 실장에게 '부통령', '왕실장'이라는 별명이 따라 붙는다.
'권력 집중'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김 실장은 자신의 역할을 조선시대 왕의 비서실장 격인 '승지(承旨)'에 빗대며 자세를 한껏 낮추고 있다.
하지만 국정전반에 미치는 그의 영향력과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부처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는 설(說)도 나온다.
김 실장은 국정기획수석, 정무수석, 민정수석 등으로 구성된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이다.
정부 고위직 인사를 비롯해 수백명에 달하는 공기업 등의 공공기관장 인사가 김 실장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물론 장관 등 주요 인사는 박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 김 실장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집권 초 잇단 인사실패를 경험한 박 대통령은 시스템 인사를 강화하면서 인사의 상당 부분을 비서실장에게 일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감사원장에 내정된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은 국정감사에 출석, 감사원장 내정 사실을 김 실장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부총리급인 감사원장 후보자에게는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알려주는게 관례"라고 했다.
그 일을 김 실장이 대신했다고 한다면 그만큼 박 대통령이 그를 신뢰한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매주 월요일 개최해 온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최근 한달째 건너 뛴 것도 김 실장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만기친람(萬機親覽, 왕이 모든 정사를 돌본다는 뜻)형'인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변화가 오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김 실장의 행보가 정치권, 특히 야당의 표적이 되는 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최근 권력기관장으로 꼽히는 감사원장, 검찰총장 인사가 김 실장의 학연(서울대)과 동향(경남)으로 얽히면서 야당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 김 실장과 같은 법조인 출신인 이들은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 '김기춘 라인'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민주당은 조선시대 말 최대 권력자였던 흥선대원군에 빗대 '기춘대원군'이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역으로 청와대 내부에선 '실세 비서실장의 등장으로 국정운영에 힘이 실린다', '취임 초 어수선했던 청와대 비서실이 김 실장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해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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