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서머스 美하버드대 교수 접견(종합)

"재정건전성보다 경제성장에 집중할 필요" 공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 재무장관과 하버드대 총장, 그리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뒤 제1기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을 지내기도 한 서머스 교수는 이날 개막한 매일경제신문 주최 제14회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우리나라를 찾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서머스 교수를 만나 "그동안 (서머스 교수가) 쓴 글이나 인터뷰를 보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특히 "(서머스 교수가) '재정건전성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경제성장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에 강점을 두고 말한 것, 또 '재정건전성을 잘 유지하면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선 교육이나 과학기술, 공공 인프라 등에 투자해야 한다'고 한 것도 상당히 공감이 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머스 교수는 "경제성장을 가속화하는 건 우리 모두에게 최우선적인 과제"라며 "한국과 미국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미) 양국 경제 모두 대단한 잠재력을 갖고 있고, 양국 국민 모두 생산성이 높고 경제체제 또한 아주 큰 복원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다만 서머스 교수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회복단계에 접어든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양국 경제의 발전 속도가 높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한국은 미국이 국가부채 문제로 겪고 있는 파행적인 정치 실태보다 더 순기능적인 정치상황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머스 교수는 또 "미국이 단기적으론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대통령과 의회가 경제의 장기적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협력하는 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오한 도전은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도 "(서머스 교수가) '정치적 갈등 같은 것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 게 기억난다"며 "한국도 그런 면이 있다. 한국의 경우 외국인투자촉진법(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하는데 막혔고, 그 외에도 규제완화 등 여러 가지가 막혀 있는데, 정치권이 한마음이 돼 모든 목적을 경제성장이나 활성화에 두고 빨리 역할을 해주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재정건전성 때문에 모두가 골치를 앓는데,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경제를 활성화해 세수(稅收)가 많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머스 교수도 주요 20개국(G20) 체제의 추동력 약화 등에 관한 박 대통령의 질문엔 "G20 회원국들의 가장 큰 위험은 과도한 부채나 인플레이션 수준이 아니라 일자리 부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긴축재정이나 재정건전성보다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소득 향상에 더 집중한다면 G20 내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더 용이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서머스 교수는 "사실 여러 국가들이 직면한 문제는 본질적으로 국내 정책적인 도전"이라며 "국제적 협력이 더 확대될수록 이런 국내적 도전에 대처하는데도 힘이 더 실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서머스 교수는 또 "재정건전성보다는 성장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그런 면에서 미국이 재정적자를 너무 빨리 줄여나갔던 것은 오히려 경제성장을 약간 위험에 처하게 한 측면이 있었다. 통화정책도 언젠간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너무 신속히 변화를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머스 교수는 "포용적 성장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싶다. 상위 1%에게만 경제성장의 혜택이 돌아가는 게 아니라, 국민 대부분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 또한 "포용적 성장이 굉장히 중요하다. 성장의 온기가 골고루 나눠지게 하는 정책이 아주 중요하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한편 서머스 교수는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창조경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설명에 "창조경제는 아주 강력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과 미국 대학의 최고 강점은 아이디어에서 권위가 나오는 것이다. 한국이 좀 더 창조적인 경제로 나아가려면 교육시스템에 좀 더 비공식적인 면을 도입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머스 교수는 "우린 과거와 같은 위계체제는 더 이상 없는, 위계체제의 종말이 가까운 시점을 맞고 있다"고도 말했다.

서머스 교수는 또 '미국 대학이 역동적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박 대통령의 질문엔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최고 대학의 상당 부분에 공공부문의 관여가 없다는 것이다. 또 미국 대학은 각종 시험보다는 학생들의 프로젝트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그런 요소들이 대학들이 갖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도 "수동적 공부보다 적극적 공부를 할 때 아이디어와 열정, 의지 등이 나오고, 사회에 나가서도 자기 실력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머스 교수는 중국과 일본의 경제정책에 관한 박 대통령의 물음엔 "'아베노믹스'는 경제정책 면에서 소중한 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과거 부양책들의 경우 효과를 보기도 전에 중단된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키 위한 의지가 중요하고, 일본 국민에게 그것이 지속될 것이란 확신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서머스 교수는 또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중국 경제가 둔화될 것이란 얘기를 해왔지만, 중국은 그런 상황을 모면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2~3년 후면 그런 불연속적 상황이 도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의 이날 서머스 교수 접견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주형환 경제금융비서관, 김행 대변인 등이 배석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