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아세안은 '신뢰와 행복의 동반자'"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시아 중시' 표방
미·중·일과 아세안 '구애작전'에 동참
- 허남영 기자
(반다르스리브가완(브루나이)=뉴스1) 허남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남아시아의 자원 부국 브루나이에서 9일(현지시간)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을 중시하는 박근혜 정부의 메시지를 아세안 국가 정상들에게 전달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노력은 이날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아세안 국가들의 '신뢰와 행복의 동반자'라는 표현에 함축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세안을 중시하는 우리 정부의 기조가 단순히 외교적 수사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아세안 국가인 베트남을 방문한데 이어서 이번 순방에서도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 하는 등 구체적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취임 후 개별 해외 순방국으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이들 아세안 국가들을 선택한 것은 아세안을 우리의 미래성장 동력원으로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치 안보, 경제, 사회 제반 분야에 있어 아세안과의 협력 관계를 심화 발전시킬 구체적 방안들을 제시해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박 대통령은 먼저 한-아세안 안보 대화를 신설해 내년부터 외교 당국 뿐만 아니라 안보군사 분야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차관보급의 안보 대화 채널을 가동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그동안 경제 통상 중심의 아세안과의 외교 채널을 정치 안보 분야로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신뢰가 더욱 단단해지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아세안이 개별 국가와 안보대화를 갖는 것은 이번이 최초가 될 것"이라며 "이는 아세안이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협력 분야에 있어서는 한국과 아세안 간에 이미 체결된 FTA(자유무역협정)를 한 단계 격상시켜 교역규모를 더욱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럴 경우 지난해 1300억 달러 수준인 한-아세안 교역규모는 2025년에 3000억 달러로 확대될 것이라는게 정부의 추산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제안한 민간 차원의 '한-아세안 비즈니스 협의회'는 우리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있는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중소기업들로부터 우수한 '적정기술'을 제공받게 될 아세안 국가들도 협의회 설치에 공동 노력하자는 의사를 밝혔다.
아세안 국가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2015년까지 유럽연합(EU)과 같은 아세안공동체를 이룩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공동체 결성의 걸림돌인 역내 국가간 개발격차 완화를 위해 한국의 지원과 필요한 협조를 약속함으로써 아세안 국가 정상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정부 관계자의 표현대로 박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 국가 정상들과 취임 후 첫 만남에서 '아세안과 함께 하는 한국' '아세안을 중시하는 한국'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이는 아세안이 한국의 주요 경제 협력 파트너로 급부상한 경제적 요인과 더불어 아세안을 두고 벌어지는 주변 강국들의 각축전과도 무관치 않다.
지난 1967년 창립된 아세안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풍부한 천연자원, 매년 5%가 넘는 높은 경제성장률, 꾸준한 인구 증가와 중산층 확대 등 잠재력을 바탕으로 경제분야 뿐 아니라 정치 외교적으로도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아세안은 제2의 교역국이며 제1의 투자대상국, 제2의 건설수주시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흑자 규모 431억불 가운데 63%인 272억불을 아세안 국가와의 교역에서 거둬 들였다.
이런 아세안에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강대국의 구애도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록 불발되기는 했지만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후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표방한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 그 중에서도 동남아시아를 중시하는 기류는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APEC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했고, 아세안 정상회의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참석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올해 상반기에만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세안 7개국을 공식 방문하는 등 아세안을 중시하는 외교 정책을 적극성을 띄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동남아시아 국가를 선택했으며 올해에만 4차례에 걸쳐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순방하는 외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아베 총리의 이같은 행보는 전통적으로 동남아지역에서 기득권을 유지해온 일본이 중국의 맹추격에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대(對) 아세안 외교정책은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박 대통령의 이번 동남아지역 방문도 강대국들의 치열한 물밑 경쟁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nyhu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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