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장관 사임설에 당황한 靑, 여론 추이에 촉각

진 장관 사임설로 대선공약 후퇴 논란 촉발
靑, 공약 후퇴 논란으로 국정운영 발목잡힐까 '조마조마'

세종로 빌딩 사이로 본 청와대. 2013.9.2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허남영 기자 =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등 대선 복지공약 후퇴 책임을 지고 사의표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임설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2일 청와대에 따르면 진 장관이 직·간접적으로 청와대에 사임 의사를 밝히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업무 차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중인 진 장관은 오는 25일 귀국해 곧바로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등 그의 사임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청와대는 진 장관의 사임설에 대해 가타부타 논평할 일고의 가치가 없는 설(說)에 불과하다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 관계자들은 진 장관의 해외 출장 중 그의 사퇴설을 흘린 진 장관 측근들의 무책임한 언행을 지적하며 강도높게 성토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의 부인과 격앙된 모습에도 불구하고 진 장관의 사임설이 가져온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우선 진 장관의 거취 문제가 오는 26일로 예정된 정부의 기초연금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불거졌다는 점에서다.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기로 한 약속은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핵심 복지 공약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정부의 기초연금안에는 소득 하위 30%까지만 월 2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소득계층에게는 소득이나 국민연금 수령액에 따라 월 20만원 이내에서 차등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일괄지급'안(案)을 '선별적 차등지급'안으로 대폭 축소하는 것이어서 '대선공약 후퇴' 논란을 촉발시켰다.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치며 기초연금안을 성안(成案)하고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정부 최종안에 관여한 진 장관으로서는 대선 공약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퇴진을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대선 공약 후퇴 논란이 그의 사임으로 끝날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진 장관의 사임설에 대해 "기초노령연금 약속이 '노인우롱연금'으로 변질됐다"면서 "대선공약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장관이 사퇴하는 것으로 끝낼 수 있겠느냐"고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기초연금에 대한 박 대통령의 공약은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50~60대 중장년층의 투표율을 끌어 올리며 박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때문에 당초 대선 공약에 비해 크게 후퇴한 정부의 기초연금안이 발표될 경우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박 대통령 지지율은 물론 10월 재보궐 선거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진 장관의 사임설은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던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 후퇴 논란에 불을 지피고 기름을 끼엊는 격이 됐다.

기초연금안 뿐만 아니라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 신설을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안과 경제살리기 관련 법안 등이 당초 대선 공약 보다 크게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약속 이행과 신뢰를 큰 정치적 자산으로 여기는 박 대통령에게 대선 공약 후퇴라는 꼬리표는 뼈 아픈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청와대에선 대선 공약 후퇴 논란이 정쟁거리로 부각되면서 하반기 국정운영에 또다시 발목이 잡히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박 대통령은 하반기 국정기조와 관련,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민생 문제 대처와 다자외교를 통한 세일즈 외교에 방점을 두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준비 중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야당과의 관계도 불편한 상황에서 공약 후퇴 논란까지 겹칠 경우 국정운영의 추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인사와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으로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었던 취임 초의 악몽을 떠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nyhu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