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수첩에서 지역안배 등 대통합 빠진 이유는
靑 "전문성 중시" 설명 불구 "대통합·탕평과는 거리" 평가
청와대는 일련의 새 정부 인사에 대해 "능력과 전문성을 중시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보는 인사의 면면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왔던 '국민대통합'과 '대탕평' 인사 기조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18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이날까지 인선이 확정된 정부 차관급 및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주요직 인사는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의 사퇴로 모두 111명이다.
그러나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에 따른 국민적 기대와 달리, 여성 인사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등 11명으로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출신 지역별로는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을 포함한 영남권이 38명이었고, 서울·경기 등 수도권이 32명, 그리고 호남권과 충청권이 각 17명의 순이었다. 한때 정치권에서 박 대통령의 최대 지지 기반이자 정치적 고향인 TK 등 영남권 출신 인사들에 대한 '역(易)차별' 가능성이 거론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역대 정부에서 출신지역 안배에 신경 써온 국가정보원장과 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엔 영남권 출신 인사가 없는 대신 서울 출신만 3명(남재준 국정원장·채동욱 검찰총장·이성한 경찰청장 내정자)이나 발탁됐다. 김덕중 국세청장 내정자는 충청(대전) 출신이다.
또 출신 대학별로는 서울대가 37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성균관대 출신이 10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정홍원 국무총리와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부 '투톱' 모두 성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육군사관학교 출신도 6명이나 됐다.
때문에 야당에선 당장 "집나간 '탕평이'를 찾아야 할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평소 지역 안배에 기반을 둔 대통합·탕평인사를 강조하고 '호남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호언했지만, 이렇게 호남을 홀대한 대통령도 없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을 도와 대통령직 인수위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던 김경재 전 의원이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정부 주요직 가운데 호남 출신 인사 비율에 대해 "현재 호남에 살고 있는 인구수에 비하면 적은 게 아니지만, 대통합 인사엔 아직 미흡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은 이 같은 정치권의 '푸념'에 대해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대탕평' 인사를 잘못 이해한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역이나 친소관계 등을 따지지 않고 능력이 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겠다'는 게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인사의 기본원칙"이라며 "지역 안배 때문에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을 데려다 쓰는 것 역시 탕평 인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사를 할 때 출신지역 등도 고려해야겠지만, 지나치게 그 부분을 강조하다보면 정작 필요한 인재를 못 쓰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다른 인사도 "인재를 찾는 과정에서 특정지역 출신이 후보군으로 부각될 순 있겠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한정할 필요는 없다"며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도 그런 원칙에 따라 인선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앞서 인수위 시절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앞두고 '호남 총리론(論)'이 회자됐을 때에도 박선규 당시 대변인을 통해 "특정지역을 염두에 두고 그 지역출신을 인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 출신 인사가 새 정부 장관급에서만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5명이나 되고,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출신 인사나 인수위 참여 인사 등 자신과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요직에 발탁됐다는 점 등을 비춰볼 때 "박 대통령의 '인재 풀' 자체가 그리 넓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안배 논란이나 특정 학교 출신에 대한 인사 편중 시비가 일고 있는 것도 결국 박 대통령이 '아는 사람'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란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인사의 상당 부분을 자신이 그동안 만나거나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접했던 사람들의 이력이나 특징을 기록해놓은 '인사수첩'에 의존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초대 총리 후보자 '낙마' 뒤 박 대통령 측에서 인사 검증 강화를 위해 이명박 정부 5년간 청와대가 축적한 2만명 규모의 인사 파일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파일 전체가 아니라 그 사람들의 명단만 넘겨받았다"면서 "박 대통령이 중용코자 하는 사람이 그 명단에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쓸 일이 없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즉,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인사 파일은 검증에만 일부 활용했지 그 자체가 박 대통령의 인선 구상의 기초 자료로는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장관 내정자들의 경우 기초적인 인사 검증에서 '구멍'이 났던 것도 이 같은 정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울러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재 추천을 받긴 했지만, 최종 결정은 거의 다 본인이 했다. '밀봉 인사'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며 "새 정부 장·차관 인선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 인선과 관련해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내 인사 협의체가 비공식적으로 운영되긴 했지만, "'상향식 인사 추천'보다는 '하향식'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정부 출범 초엔 대통령이 자기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라도 손발이 맞는 사람을 선택해 쓸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자꾸 이런 모습이 계속되면 국민에겐 '일방통행'식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인사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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