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 무등록업체 재재하청·감독 부실이 부른 인재…피해 3511억

외부인력 투입 보고받고도 등록 여부 미확인…전원 8개 중 1개만 차단
소방에 '물 사용 자제' 요청…재해복구시스템 구축률도 7.6% 그쳐

27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현장의 모습. 전산 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지난 26일 오후 배터리 교체 작업 중 화재가 발생, 정부 온라인 서비스 70개가 마비됐다. 2025.9.27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지난해 709개 정부 정보시스템을 마비시킨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가 무등록업체에 리튬배터리 이전 공사를 다시 맡기고, 전원 차단과 케이블 절연 같은 기본적인 안전조치도 하지 않은 채 작업하면서 발생한 '인재'였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화재로 행정서비스가 중단되고 정부 업무자료가 사라지는 등 피해 규모는 약 3511억 원으로 추산됐다. 감사원은 화재 예방부터 초기 대응, 시스템 복구까지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경위 및 대응·복구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 총 18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확인돼 관련자 징계와 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화재는 지난해 9월 26일 오후 8시 16분쯤 대전센터 7-1전산실에서 리튬배터리를 옮기던 중 발생했다. 불은 약 22시간 만에 완전히 꺼졌지만 전산실이 전소되고 총 709개 시스템의 서비스가 중단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배터리 장치의 전원을 제대로 끄지 않고 전선 끝부분에 절연처리도 하지 않은 채 작업한 것을 화재 원인으로 추정했다.

무등록업체에 재재하청…외부인력 알고도 등록 여부 확인 안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이 2일 오전 9시부터 대전 국정자원과 이번 화재와 관련된 대전지역 3개 업체 등 4개소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간 가운데 국정자원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수사관들이 압수물품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공동취재) 2025.10.2 ⓒ 뉴스1 김기태 기자

감사 결과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배터리 이전 작업부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리튬배터리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배터리를 지하층으로 옮기기로 했다. 지난해 6월 A·B사와 30억 4000만 원 규모의 배터리 재배치 전기공사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A사는 자신이 맡은 공사를 C사에 다시 맡겼다. C사는 이 가운데 배터리 운반과 배터리 장치 해체·재설치 등을 전기공사업 등록이 되지 않은 업체 2곳에 또다시 맡겼다. B사도 자신이 맡은 공사를 모두 A사에 넘겼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회의에 B사 직원이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B사가 실제 공사에 참여하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공사 현장소장으로부터 외부 인력이 투입될 예정이라는 보고를 받고도 이들의 소속이나 전기공사업 등록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작업계획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배터리 제조사의 기술 제휴 여부 등도 점검하지 않았다.

그 결과 무등록업체 등이 제조사의 도움 없이 배터리 장치 8개 가운데 1개의 전원만 끈 상태에서 해체 작업을 했다. 전선 끝부분의 절연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 배터리 장치 사이에서 불꽃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관련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담당자와 과장에 대해 경징계 이상, 담당 팀장에 대해서는 정직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요구했다. 관련 업체에 대한 제재와 손해배상 청구 등 피해를 보전할 방안도 마련하도록 했다.

불났는데 소방에 '물 사용 자제'…안전조사도 사전에 거부
28일 오전 대전경찰청·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감식반 관계자들이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현장으로 향하는 중 소화 수조에 담겨있는 리튬이온배터리를 확인하고 있다. 2025.9.28 ⓒ 뉴스1 김진환 기자

화재가 발생한 뒤 초기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화재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배터리에서 불이 나면 소방당국이 도착하기 전 전산실 전체 전원을 끄고, 전산장비를 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수포 등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관리원은 화재 발생 이후 내부 보고와 119 신고만 했을 뿐 전원을 끄거나 방수포를 준비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방당국이 물을 이용해 불을 끄려 하자 전산망이 손상될 수 있다며 물을 뿌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불길이 계속 번지자 소방당국의 거듭된 요청 끝에 화재 발생 약 3시간 뒤인 오후 11시13분쯤에야 물을 이용한 진화가 시작됐다.

화재대응 매뉴얼도 2024년 10월 만들어 놓고 직원들에게 나눠주지 않은 채 담당자 PC에만 보관했다. 자체 소방훈련도 배터리 화재 대응 교육 없이 화재감지기 작동 등을 확인하는 평균 10분 정도의 형식적인 훈련에 그쳤다.

화재가 나기 전 소방당국의 안전조사를 거부한 사실도 확인됐다. 소방청은 2024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등 주요 정보통신시설의 화재 대비 상황을 점검하려 했다.

하지만 관리원 담당 과장은 전산실이 보안구역이라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실제 불이 난 7-1전산실을 포함해 2~5층 전산실은 안전조사를 받지 못했다.

감사원은 관련자를 징계하고, 화재안전조사를 거부한 행위에 대해서는 고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재해복구시스템 7.6%뿐…원본·백업 같은 곳에 보관
27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소실된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한 반출 작업을 하고 있다. 전산 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지난 26일 오후 배터리 교체 작업 중 화재가 발생, 정부 온라인 서비스 70개가 마비됐다. 2025.9.27 ⓒ 뉴스1 김진환 기자

화재가 났을 때 정보시스템을 대신 가동할 재해복구체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화재 당시 대전센터의 709개 정보시스템 가운데 주 시스템이 멈췄을 때 대신 가동하는 재해복구시스템이 마련된 것은 54개로 7.6%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실제 화재 복구에 활용된 것은 7개뿐이었다. 전체 시스템의 0.98% 수준이다.

데이터 백업 관리도 허술했다. 백업 데이터 보관시설 690개 가운데 237개는 원본 데이터와 같은 전산실에 있었다. 이 때문에 이번 화재로 일부 시스템에서는 원본과 백업 데이터가 동시에 사라졌다.

용량이 크거나 일정한 형식이 없는 데이터라는 이유로 아예 백업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행정안전부 G드라이브와 소방청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의 데이터가 이런 이유로 백업되지 않았다가 이번 화재로 사라졌다.

복구 훈련도 부족했다. 전체 정보시스템 가운데 501개(72.6%)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복구 모의훈련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이 한국행정학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이번 화재에 따른 피해는 총 3511억 원으로 추산됐다. 전산장비·시설 손실과 복구 비용 등 직접 피해가 1017억 원, 업무자료 소실과 행정서비스 중단 등에 따른 간접·무형 피해가 2494억 원이었다.

감사원은 "화재 예방·초동대응부터 장애대응, 재해복구 및 재난관리·감독까지 모든 분야에서 가장 기본적인 기준과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이를 준수했다면 화재를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화재는 관리부실이 초래한 인재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업무 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종각역 무인민원발급기에 이용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는 이번 화재가 국정자원의 무정전 전원장치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기 위한 작업 중,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발생했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2025.9.28 ⓒ 뉴스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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