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공직생활 끝이야" "당신 단죄하려고"…前정부 겨눈 '강압감사'

감사원 자체 감찰서 통계감사 77일 중 41일 강압적 감사행태 확인
허위 진술 기재·심야조사·사생활 포렌식…수사요청서 증거 오류도 220건

서울 종로구 감사원 모습. 2026.2.3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감사 방해이고 이것만으로도 빼박 기소될 것입니다." "협조 안 하면 실장님은 공직생활 끝납니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고위직 등을 대상으로 벌인 주택통계 감사 과정에서 피감사자들에게 형사처벌과 공직생활 종료 등을 거론하며 협조를 압박한 구체적인 사례들이 27일 감사원 자체 감찰 결과 확인됐다.

특히 감사자가 "이번 감사는 정책실장과 국토부장관을 목표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직접 언급하는 등 감사권을 전 정부 고위직을 겨냥하는 수단처럼 사용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정책실장·국토부장관 목표"…감사자가 직접 밝힌 '표적 감사'

감사원 국조특위 후속조치 TF 감찰팀이 통계감사와 서해감사 과정에서 제기된 강압감사·포렌식 남용 등의 의혹을 점검한 결과, 통계감사팀은 청와대·국토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문답조사 77일 가운데 41일(53.2%)에서 고압적 언행과 진술 강요, 소명기회 제한 등 강압적 감사행태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감사자 C는 2023년 1월 20일 청와대 행정관과의 문답을 앞두고 과거 감사에 협조하지 않은 사례를 언급하며 "감사방해"라며 "빼박 기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조 안 하면 실장님은 공직생활 끝난다"고 압박하고, "이번 감사는 검찰 수사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감사가 끝나면 주요 관계자들을 모두 수사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실장과 국토부장관을 목표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직접 언급했다.

또 다른 감사자 B는 청와대 행정관에게 "이번 건은 직권남용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윗선에 대해 제대로 진술하지 않으면 과장님이 다 뒤집어쓴다"고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피감사자가 상급자의 지시 여부를 부인하자 "통계조작이나 하는 당신 같은 사람들 단죄하려고 제가 감사관을 한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감사원 감찰팀은 이 같은 발언 등을 토대로 통계감사 과정에서 감사자의 고압적 언행과 진술 강요, 소명기회 제한 등이 반복됐다고 판단했다.

"윗선 진술 안 하면 다 뒤집어쓴다"…허위 문답서·심야조사까지

감사 과정에서 실제 하지 않은 진술을 문답서에 기재하거나 피감사자의 수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감사자 G는 국토부 실장이 관련 의혹을 부인하거나 모른다고 답변했는데도 고함을 치며 압박한 뒤, 실제 발언하지 않은 내용을 답변인 것처럼 문답서에 수차례 기재했다. 해당 실장이 문답서 열람 과정에서 수정을 요구했지만 G는 이를 거부했다.

유사 사례에서도 감사자 B가 청와대 행정관이 상급자의 지시를 계속 부인했음에도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내용을 행정관의 답변인 것처럼 문답서에 적고 수정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감사자의 건강이나 육아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심야·장시간 조사를 이어간 사례도 있었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생후 6개월 된 아이를 돌보고 있었지만 세종시 출석을 요구받았다. 6차례 문답조사 대부분이 자정을 넘어 진행됐고, 한 차례는 조사가 다음 날 오전 4시 22분까지 이어졌다.

이 관계자는 문답서 열람까지 마친 뒤 오전 6시 9분께 귀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렌식 거부하면 징계·검찰조사"…휴대전화서 사생활정보까지 수집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왼쪽은 최재해 감사원장. 2023.6.29 ⓒ 뉴스1 황기선 기자

감사권 행사는 디지털포렌식에서도 강압적인 방식으로 이어졌다.

감사자들은 피감사자에게 포렌식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징계나 검찰조사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렌식에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사실상 동의를 강요한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자발적인 요청과 긴급한 사정이 있어야 가능한 긴급포렌식을 별도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채 실시한 사례도 드러났다.

개인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는 감사와 무관한 사생활정보가 수집되거나 피감사자의 참여권이 사실상 제한됐다.

실제 한 피감사자의 휴대전화에서는 감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진료비 내역서와 주민등록등본 등이 수집됐다. 이렇게 수집된 사생활정보만 최소 7.7MB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렌식 과정에서 피감사자가 자신의 자료가 어떻게 수집·확인되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없도록 한 사례도 있었다. 감사와 관련이 있는 자료인지 여부를 충분히 가리지 않은 채 개인 휴대전화의 광범위한 정보에 접근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감사 방식이 단순히 조사 과정에서의 일탈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사팀은 피감사자들의 진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실제 발언과 다른 내용을 문답서에 기재하거나, 피감사자의 수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를 토대로 수사요청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 내부 규정상 수사요청서를 작성할 때는 증거와 진술의 내용이 서로 맞는지 확인하는 정합성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 과정 역시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수사요청서에서는 삭제·수정된 진술을 그대로 직접 인용한 사례가 19건 확인됐다. 실제 진술과 다르게 직접 인용한 사례도 14건,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사례도 18건에 달했다. 모두 합쳐 51건의 증거 불일치가 확인된 것이다.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요청서에 내용을 담은 사례는 더 많았다.

행위자의 확인 없이 제3자의 추측성 진술을 근거로 내용을 기재한 사례가 74건에 달했고, 반대되는 증거가 있었는데도 피감사자에게 불리한 증거만을 근거로 작성한 사례도 32건 확인됐다.

행위자가 관련 내용을 부인하고 있는데도 추측 등을 근거로 기재한 사례 역시 45건에 달했다. 이처럼 증거 부족으로 분류된 사례만 169건이었다.

앞서 확인된 증거 불일치 51건과 증거 부족 사례를 합치면, 수사요청서 작성 과정에서 확인되거나 의심된 증거 불일치·부족 사례는 모두 220건으로 집계됐다.

감사원은 통계감사 및 서해감사 관련 전 감사원장 최재해, 감사위원 유병호, 전 사무총장 최달영 등 총 10명을 국가수사본부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통계감사 감사팀 9명은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국장 1명 등 총 10명에 대해서는 파면·해임 등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서해감사 관련자 중에서는 징계 시효가 완성된 국장 2명 등 총 12명을 서면경고 조치했다.

immu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