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수출입은행, 객관적 근거 없이 신용등급 상향"…7곳 1791억 손실
필터링으로 등급 하향된 뒤 미확정 자료·신규 수주 등 근거로 18개 기업 등급 재상향
부도 후 부책심의 착수까지 평균 1333일…출자전환 부실여신 64건 심의 대상서 제외
-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감사원이 한국수출입은행이 재무위험이 확인돼 신용등급을 낮춘 기업들의 등급을 객관적인 근거 없이 다시 올려 대출한도를 늘린 사실을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등급이 부적정하게 상향된 18개 기업 중 7곳의 대출 가운데 추정손실로 분류되거나 손실이 확정된 금액은 총 1791억2000만 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수출입은행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신용등급 상향 과정과 부실여신 사후관리 등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수은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대출 76조3000억 원 가운데 89.2%인 68조1000억 원을 신용대출로 취급하고 있어 '신용평가'가 여신 건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업무다.
수은은 신용평가 과정에서 차입과다·자본잠식 등 중대한 재무위험이 확인되면 12개 필터링 항목을 통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다. 이후 기타특기사항을 적용해 최종등급을 결정한다.
필터링은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신용등급을 하향하는 절차인 만큼, 다시 등급을 올리려면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되는 명확한 사실과 근거가 필요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필터링으로 신용등급이 제한됐다가 기타특기사항 조정을 통해 등급을 상향한 사례 198건을 확인한 결과, 71건이 평가담당자의 주관 개입 여지가 큰 항목을 적용한 사례였다.
이 중 감사원이 상향 경위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결과 18개 기업이 객관적인 근거 없이 신용등급을 상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형별로는 △리스부채 등 부정적인 재무항목을 임의로 제외한 경우가 3개 기업 △가결산 자료나 차주가 제출한 사업계획 등 미확정 자료를 근거로 삼은 경우가 12개 기업 △재무구조 개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실을 근거로 등급을 올린 경우가 3개 기업이었다.
이 과정에서 7개 기업 대출 1738억6000만 원이 추정손실로 분류됐고 52억6000만 원의 손실이 확정돼, 손실 관련 금액은 총 1791억2000만 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수출입은행장에게 신용등급을 부적정하게 상향한 18개 기업 중 손실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11개 기업에 대해서도 점검하고, 손실이 확대된 7개 기업에 대해서는 부책심의를 실시하도록 통보했다.
수은의 부실여신 사후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201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발생한 부실여신 334건(11조5000억 원) 가운데 부책심의가 완료된 132건(2조3000억 원)을 분석한 결과 부도 이후 부책심의 착수까지 평균 1333일이 걸렸다.
기업은행 192일, 산업은행 98일과 비교하면 각각 약 6배, 14배 늦은 것이다.
그 결과 부책심의가 완료된 60건에서는 관련자 36명이 이미 퇴직한 뒤 심의가 이뤄져 책임 규명이 어려워졌다.
출자전환된 부실여신을 부책심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부실여신 334건 중 심의가 완료되지 않은 183건 중 64건이 출자전환을 이유로 심의 대상에서 빠졌다.
이 과정에서 대출 실행조건이나 필수서류를 갖추지 않은 채 여신을 취급한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은 부책심의 개시 시점과 시효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출자전환된 부실여신을 심의 대상에서 누락하지 않도록 하는 등 부책심의 제도를 개선하라고 통보했다.
이밖에도 수은은 높은 신용도에 따른 협상력을 보유하고도 외화채권 발행 수수료율을 30bp로 고정해 최근 5년간 최대 301억 원의 비용 절감 기회를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시장 가격을 반영해 만기별 수수료를 차등 적용했다면 5년간 약 85억~301억 원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합리적인 수수료 산정 및 경쟁 절차 마련을 통보했다.
또 수은은 최근 5년간 비이자수입 관련 교육세를 차주에게 전가하고 총 77억8000만 원을 과다 징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과다 징수한 교육세를 환급하고, 은행이 부담해야 할 교육세가 차주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대출금리 산정방식을 개선하라고 통보했다.
수은이 자체금융 대출 축소를 우려해 공급망안정화기금 대출을 소극적으로 취급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기업금융부서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신을 취급해 손실을 초래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와 함께 무역어음 재할인 한도 관리와 증액 안내가 미흡해 은행별 이용 실적에 큰 편차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감사원은 관련 제도 개선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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