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샷 찍겠다" F-15K 뒤집다 충돌 사고…수리비만 8억(종합)

인사이동 전 기념촬영하려 협의없이 고도 올려 전투기 뒤집어
감사원 "중대 과실, 추가 피해 없고 장기복무 고려 90%감면"

지난해 6월 18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실시된 한미일 전투기 공중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대구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는 한국 공군 F-15K 전투기.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감사원은 기념촬영을 위해 계획되지 않은 조종으로 전투기 충돌사고를 일으키고 국가에 손해를 끼친 공군 조종사에게 유책 판정을 내렸다.

감사원은 22일 '부정지출 및 재정누구 점검'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판정에 대해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직 공군 조종사 A씨는 2021년 12월 24일 개인적인 촬영을 위해 계획되지 않은 기동을 하다가 같은 편대의 전투기와 충돌해 8억 7871만 원의 손해를 야기했다.

A씨는 당시 2기 편대비행(전투기 2기가 대형을 갖춰서 비행)으로 비행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전투기 탑승 전 브리핑에서 편대비행 조원들에게 비행 임무를 마치고 복귀할 때 본인의 인사이동 전 마지막 비행을 기념해 비행모습을 촬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전방석에 탑승했다.

A씨는 비행임무를 완료하고 비행단으로 복귀하던 중 휴대한 카메라로 촬영하다가, 같은 편대인 B전투기 전방석 조종사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자 후방석 조종사에게 동영상을 촬영하도록 했다.

그는 앞선 위치에 있던 리더기인 B전투기의 오른쪽에서 호위기(Wingman)로 비행하다가, 본인이 탄 전투기의 상부 모습이 동영상에 촬영될 수 있도록 다른 조종사들과 협의 없이 비행고도를 상승시키고 기울였다. 이에 전투기는 137도까지 뒤집혔다.

A씨는 B전투기와 가까워지며 충돌위험을 느끼자 전투기를 수직에 가깝게 세우면서 B전투기의 왼쪽으로 움직이는 회피기동을 실시했고, B전투기도 이를 확인한 직후 비행고도를 급격하게 낮추는 회피기동에 나섰다.

그러나 A씨는 탑승한 전투기의 왼쪽 꼬리날개와 B전투기의 왼쪽 날개가 충돌하는 사고를 냈고, 수리비용 8억 7871만 원의 손해를 냈다. 해당 전투기는 공군 주력 전투기인 F-15K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당시 조종사를 징계하며 8억 7871만 원을 변상하라고 명령했다.

감사원은 A씨가 전투기를 배정받아 전적인 권한을 갖고 비행 등을 운용했기에 '회계직원책임법'의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고, 인사이동 전 기념촬영을 목적으로 편대장 지시 없이 다른 조종사들에게 알리지 않고 기동해 사고를 낸 것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비행 중 촬영을 엄격하게 통제하지 못한 기관의 일부 책임을 부인하기 어렵고, 안전하게 복귀해 추가 피해가 없었으며, 조종사로 장기간 복무하며 전투기의 효율적인 유지보수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90%를 감면한 8787만 원을 부담하라고 판정했다.

A씨는 2013년 12월 9일부터 전방석 조종사로서 F-15K를 조종하기 시작했고, 2018년부터는 주요 비행임무마다 편조감독관으로 지정돼 비행 임무에 대한 감독 업무를 수행해 왔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