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울릉·흑산공항 여객수요 최대 80% 과다 산정했다

감사원 "국토부, 항만계획 외면하고 항공에 유리하게 산정"
울릉공항 활주로 안전성 우려…흑산공항 재조사 누락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2025.8.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울릉·흑산공항의 여객 수요가 국토교통부의 과다 예측으로 실제보다 최대 80% 가까이 부풀려졌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전문기관 재추정에 따르면 울릉공항의 2050년 기준 여객 수요는 기존 전망치보다 49% 줄고, 흑산공항은 무려 83% 감소해 사업 타당성 재검토나 시설 규모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23일 감사원이 발표한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 국토부는 울릉·흑산공항 건설 과정에서 해양수산부 항만개발계획을 반영하지 않고 GDP 성장률을 기준으로 총여객 수요를 예측해 과다 산정했다. 2040년 기준 국토부 예측치는 울릉 111만3000명, 흑산 119만7000명으로 해수부 예측치보다 각각 9만4000명, 43만7000명 많았다.

또한 국토부는 교통수단 전환율(해운→항공) 추정에서도 다양한 시나리오 검증 없이 항공에 유리한 조건만 반영해 울릉 81%, 흑산 72%로 산정했으나, 감사원이 전문기관에 의뢰해 재검증한 결과, 울릉은 40~52%, 흑산은 32~42%로 크게 낮아졌다.

감사원은 "사업 타당성 자체를 재검토하거나 시설 규모 축소 등 재구조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릉, 활주로 짧아 안전성 우려…흑산, 사업비 4배 폭증에도 재조사 누락

감사원은 울릉공항에 대해서는 활주로 길이 문제 등을 지적하며 '안전성'이 떨어진다고도 지적했다. 울릉공항은 소형항공 좌석 수 확대(50석→80석)에 맞춰 등급을 상향했으나 활주로 길이를 1200m로 유지해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사업시행장인 부산항공청이 단종 모델의 기체 중량을 적용하거나 악천후 조건을 배제해 실제보다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것처럼 기준을 낮췄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조종사 설문조사에서도 95%가 활주로 연장을 요구했으며, 최소 수익성 확보 탑승객(72명)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항공사 적자와 노선 포기 가능성이 제기됐다.

흑산공항은 여객 수요가 예비타당성 조사 대비 30% 이상 감소했음에도 국토부가 기재부에 수요예측 재조사를 요청하지 않았다.

공항 등급 상향으로 총사업비가 애초 1336억 원에서 5000억 원대까지 늘었지만, 타당성 재조사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수의계약 예비 계약자에게 설계변경을 지시해 예산 낭비와 소송 우려까지 키웠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에 도서공항 여객수요 산정방식을 개선하고, 울릉·흑산공항의 과다 산정된 수요를 재산정할 것을 통보했다.

또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 등 안전성 보완, 흑산공항 타당성 재조사 철저 이행을 주문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지방공항 건설사업 전반의 사업관리 강화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