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인간에 대한 조롱과 편견…인사혁신처장의 '막말'

정치권 인사뿐만 아니라 공직자·사회적 약자 향한 '막말 논란' 확대

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 (인사혁신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21/뉴스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속담이 있다. 말을 잘못하면 재앙을 받게 되니 말조심하라는 의미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말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특히 공직사회와 정치권에선 말 한마디로 당사자의 명운이 결정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최근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의 말들이 논란이다. 그는 임명 이전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모든 국민이 겪는 고통의 원천"이라고 하고,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 등 친문계 인사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의 국무위원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성호 법무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을 향해서도 조롱성 발언을 했다.

성폭력 사건이 폭로된 이후 숨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향해서는 "박원순을 성범죄자로 몰아갔다"며 "내 눈에는 직감적으로 이 사안이 ‘기획된 사건’처럼 보였다"고 2차 가해를 저질렀다.

심지어 최 처장은 저서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을 통해 "너무나 많은 공직자들이 정신지체적 인격장애 상태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적었다.

특히 그는 목적을 잊고 일하는 공직자들을 비판하기 위해 "달리기를 할 때 정신지체아 중에 처음 출발할 때는 정상아들처럼 잘 뛰다가 중간에 그만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뒤돌아 오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공직자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향한 최 처장의 선민의식도 드러난 것이다.

마땅한 대처 없이 직을 이어오던 최 처장은 지난 28일 갑자기 사과문을 배포했다. 그는 "저의 비판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들께 죄송하다"며 "이제는 제가 고위공직자가 됐으니 여러분의 비판을 받아들여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그는 스스로 "우리 사회와 고위공직자들의 여러 문제점을 직시해 왔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비판해 왔다"고 변명했다.

심지어 최 처장은 전날(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요새 유명해지고 있어서 대단히 죄송스럽다"며 막말 논란에 대한 무게감 없는 발언을 했다.

특히 최 처장은 "(타인의) 정신과 육체를 건드릴 수 없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이미 그의 발언으로 수많은 사람의 정신이 피해를 보았다는 점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그가 꺼내는 한마디는 76만 명에 달하는 국가공무원들에게 주어지는 정책의 방향이 된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인사철학은 '포용'이 아닌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최 처장이 해야 할 일은 단순히 A4 용지 한 장도 안 되는 '사과문'을 발표할 게 아니라, 본인이 공직을 수행할 만한 자질이 되는지 국민들에게 입증해야 할 것이다. 본인의 발언이 일일이 주워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것이었다면 용단을 내리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한다'는 격언은 최 처장이 가장 주의 깊게 들어야 할 말이다. 그의 언행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상처받았고, 그래서 그가 되돌려야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지금이라도 알아야 한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