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 곪은 '가족회사' 선관위…"투명성 제고" 믿을 방법 없다

헌재, 감사원 감찰 위헌 결정…권익위 조사는 무시, 국회도 한계
자녀·친인척 채용 878건 비리…국힘, '국정조사법' 도입 등 추진

28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5.2.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한 직무감찰은 위헌·위법하다고 판단한 가운데 내부 자정 노력 말고는 선관위 비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비위를 알아내고 개선하는 것을 '셀프 감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선관위 특별감사관법을 발의하는 등 견제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7일 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헌재는 선관위가 대통령과 별개의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대통령 아래 있는 감사원이 감찰하는 것은 헌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서의 배제가 곧바로 부패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돼선 안 된다"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의한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및 수사기관에 의한 외부적 통제까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선관위 비위를 조사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조치할 수 있는 기관은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앞서 2023년 선관위의 김세환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 자녀의 경력 채용 관련 특혜 의혹이 보도된 이후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 조사가 이뤄졌다.

문제는 선관위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사원 감사는 선관위가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거부했지만, 권익위 조사는 사실상 '무시'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

정승윤 전 권익위 부위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선관위 채용비리 관련 선관위의 비협조를 이유로 여러 차례 브리핑했다"며 "조사에 협조하라고 했지만, 사실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전 부위원장은 "실제로 인터넷이나 공개된 자료를 한땀 한땀 추적해서 조사했다"며 "특히 조사를 위해서는 선관위 직원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퇴직공무원은 거의 없었고 현직 공무원들도 절반 정도만 동의해서 조사를 충분히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권익위는 강제조사권이 없어 피조사자의 개인정보활용동의서 없이는 전수조사 등이 불가능하고, 민간인에 대한 조사권이 규정돼 있지 않다.

결국 권익위는 총 353건의 부적정 사안을 적발하고, 수사 의뢰 312건, 고발 28명 등 조치를 취했는데, 고발의 경우 최근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감사원이 전날 공개한 선관위 채용 관련 감사 보고서에서 10년간 878건의 대규모 채용 비리가 있었다고 밝힌 것과 비교해도 매우 부족한 것이다.

감사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선관위 직원들은 친인척 채용 비리를 알고도 선관위를 "가족회사"라고 지칭하거나 "친인척 채용 전통이 있다" 등의 언급을 하며 묵인했다.

그러나 선관위가 당시 자체 감사를 벌여 친인척 채용 비리가 21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힌 것과도 차이가 크다.

결국 국회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국정감사도 선관위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이뤄지는 것이고,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하면 그조차도 달리 방법이 없다.

국민의힘은 이런 상황에 관해 "그 어느 조직보다도 썩은 상태"라며 '한시적 국정조사법' 도입, 선관위 사무총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지위에 기대지 않고, 인사·감사 분야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더욱 제고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