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고가·중고품도 '문제없음'…방사청 무기검증 '구멍'
감사원 해군전력증강사업 감사 결과…소해함 불량장비 고가구입으로 640억 손실 우려
NLL 지키는 유도탄고속함에도 성능미달 제품…작전 수행 차질
- 진성훈 기자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 = 방위사업청이 해군의 소해함(掃海艦·기뢰제거함)에 들어갈 핵심장비를 구매하면서 성능에 미달하는 제품을 제대로 된 평가 없이 고가에 사들여 6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을 지키는 최신예 유도탄고속함(PKG)에 장착된 중요 부품은 당초 요구성능에 부합하지 않아 군 작전에 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29일 지난 2월~4월까지 국방부와 합참, 방위사업청, 해군본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군전력 증강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방사청장 등에게 소해함 사업관리 등을 태만히 한 관련자 1명을 징계 요구하는 등 31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통영함 이어 소해함에도 불량 고가 장비
방사청은 2010~2011년 소해함 후속함에 탑재하기 위한 핵심 장치인 가변심도음파탐지기(VDS)를 미국 A사로부터 5490만달러에, 복합식 소해장비(4490만달러)와 기계식 소해장비(2538만달러)는 미국 B사로부터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A사가 납품한 가변심도음탐기는 2013년 실시한 해상수락시험에서 성능 미달(전투용 부적합 등)로 확인돼 지난해 말 구매계약이 해제했다.
B사의 복합식·기계식 소해장비도 성능 미달 등의 사유로 방사청이 지난달 계약해제를 통보했다.
이에 이미 선금이나 제품대금으로 A사와 B사에 각각 지급한 3187만달러와 4065만달러를 회수해야 하지만 채권 확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 A사와 B사로부터 각각 2283만달러와 3292만달러를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같은 소해장비 3종과 관련한 손실 예상액은 5576만달러(약 640억원)에 달한다.
이는 A사와 B사가 계약이행이 종료되기도 전에 계약금액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대가를 지급받는 등 특혜를 받았기 때문으로 감사원은 파악했다.
방사청은 A사와 B사가 2010년 매출이 각각 441만달러, 544만달러에 불과한 영세업체인 점도 확인했으나 철저한 채권의 추가 확보 없이 대금을 지급했다.
특히 B사는 소해장비를 제작할 능력이 있는 것처럼 허위증명서를 제출한 것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은 이를 인정하고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B사는 직접 제작한 장비가 아닌 다른 업체 장비를 들여와 납품했다. 특히 일부 제품(소해 케이블)은 제조사 및 제작국마저 알수 없는 상황인 데다 주요 부품은 성능 기준에도 미달했다.
이런 불량 소해장비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감사기간 중 원제작사로부터 확인한 해당 기계식 소해장비의 견적가(1500만달러)와 비교해 1038만달러(118억원)나 비싸게 구매 계약을 맺었다.
또한 구매 과정에서 방사청이 업계에서 동일 제품의 견적가격을 확인하고도 B사가 제안한 가격을 기초로 계약을 진행했다.
감사원은 "방사청은 납품 검수도 하지 않고 대금을 지급하거나 시험성적서 없이 납품을 인정하는 수정계약을 체결하고, 수차례 출장시 제작현장은 방문하지 않는 등 사업관리도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A사로부터 구매한 수상함구조함 '통영함'의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 납품 과정에서도 규정을 어기고 계약금액(358만달러)의 거의 대부분인 95%를 해군의 해상수락시험이 완료되기도 전에 제대로 된 보증서도 받지 않고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성능평가에서 전투용 부적합 판정을 받아 지난해 12월 구매계약이 해제됐지만 채권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역시 340만달러(약 39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유도탄고속함 등 시험성적서 검증 부실
해군의 최신 유도탄고속함(PKG)이나 차기호위함·차기상륙함 등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에 대해서도 성능 검증이 부실해 군 작전에 차질이 우려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유도탄고속함의 경우 축계(Shafting·프로펠러 축에 출력을 전달하는 장치)에 대한 비틀림 진동평가를, 엔진 제작사가 제출한 서류상 평가 내용을 검증하지 않았다.
실제 일부 유도탄고속함에서 퀼샤프트 파손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원인 분석 결과 제작사가 제출한 비틀림 진동평가 수치와는 달리 실제로는 군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앞으로도 퀼샤프트의 파손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그 결과 전방 주력 전투함인 유도탄고속함들이 디젤엔진 고속항해를 지양하는 등 제한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어 해군 전력 및 해상 작전 수행에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군의 차기호위함 및 차기상륙함에 들어갈 전술항공항법장비(TACAN) 구매계약에 있어서도 시험성적서를 규정보다 최대 41개월 늦게 제출받거나, 시험성적서 상의 평가기관 신뢰성이나 실제 시험수행 여부 등이 불확실해 부적합 시험성적서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함정에 장착했다.
◇중고품 납품해도 교환만 하면 제재는 안해
납품업체가 신제품을 납품하기로 계약한 뒤 실제로는 중고품을 납품하더라도 이후 교환 등으로 이를 보완하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있는 규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30개 업체에서 50개 품목에 143만달러어치의 제품을 계약과 달리 중고품으로 해군에 납품했다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는 계약을 불이행하거나 부정한 행위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것에 해당하므로 해당업체를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등으로 제재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국방부장관과 방사청장에 통보했다.
아울러 방산물자 국산화율 향상을 위해 해외 업체와의 기술협력생산에 참여하는 국내 업체는 '국산화 추진계획'을 세우고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방사청의 이행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2009년 12월 차기 수상함구조함 탑재용 발전기를 계약한 업체는 기술협력생산 계획서에서 709종의 국산화 품목을 제시하고도 '국산화 세부이행계획서'에서는 그 절반인 354종만을 국산화 품목으로 수정했는데도 방사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밖에 지난해 방사청의 잠수함 건조 감리용역 계약 당시 참여기술자의 업무여유도와 업체의 경력 평가가 잘못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가 뒤바뀐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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