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vs. 문재인, 유세 첫날부터 '박정희 對 노무현' 프레임 공방(종합)
각각 "유신 독재세력 잔재", "폐족 정권 실세" 몰아세우며 상대 공격… 진영 대결 본격화
제18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7일부터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간의 '유세 전쟁'이 불을 내뿜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각각 대전과 부산에서 열린 첫 유세 연설에서부터 상대방을 "'폐족(廢族)' 정권의 핵심실세", "유신 독재세력의 잔재"라고 지칭하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번 대선은 지난 23일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사퇴 이후 사실상 '보수 대(對) 진보' 진영 간의 정면 대결로 압축된 상황. 때문에 이날 두 후보 간 공방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후보는 '박정희 프레임'에,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 후보는 '노무현 프레임'에 가두고 서로를 과거 세력으로 몰아가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후보의 이날 첫 유세지는 양 진영 모두로부터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전략 지역'으로 간주되고 있는 곳이어서 피아(彼我) 구분을 확실히 함으로써 자파(自派)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키 위한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文, 스스로 '폐족'이라 한 실패한 정권의 핵심 실세"
새누리당 박 후보는 이날 오전 대전역 광장에서 열린 첫 유세를 통해 민주당 문 후보를 겨냥, "지금의 야당 후보는 스스로를 '폐족'이라고 불렀던 실패한 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였다"고 비난하며 각을 세웠다.
박 후보는 "(노무현 정부는) 입으론 서민정권이라고 주장했지만, 지난 정권에서 서민을 위했던 정책 중 하나라도 기억나는 게 있냐"며 "정권을 잡자마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 '사학법을 개정하겠다'고 하며 민생이 파탄 나는 데도 밤낮없이 국민을 편 가르고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대학 등록금 및 부동산 가격 폭등 △양극화 심화 △비정규직 근로자 증가 등이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문 후보는) 단 한 번도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반성·사죄한 적이 없다. 지금도 남 탓만 하고 있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또 "야당은 자신들이 추진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제주해군기지 건설도 이제 와서 '폐기하겠다', '건설을 중지하겠다'며 말을 뒤집고 있다"면서 "이런 낡은 정치로 1000가지 약속을 한들 한 가지라도 지켜질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이런 실패한 과거 정권이 다시 부활해서야 되겠냐"면서 "새누리당은 국민을 '네 편, 내 편'으로 나누지 않을 것이다. 국민대통합으로 다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준비된 '미래로 가냐, 실패한 과거로 되돌아 가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며 "기호 1번, 새누리당 박근혜를 선택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달라"고 자신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이와 함께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는 이날 대전역 유세 찬조연설에 나서 "민주당 문 후보는 정치에 처음 나온 순진한 안 전 후보를 슬슬 구슬리다가 결국 벼랑으로 몰아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만들었다"며 "문 후보가 안 전 후보를 정치적으로 자살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인제 중앙선거대위원장은 충남 공주 지역 유세에서 "다른 당 후보는 애국심이 불분명하다. 북한의 천안함 만행을 믿지도 않는다", "터무니없는 복지공약을 내놓고 무책임하게 우리 경제를 거덜 낼 사람"이라며 문 후보의 안보관과 경제관 등을 거듭 비판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이날 박 후보가 찾은 대전을 비롯해 서울과 광주, 부산 등 4개 지역에서 동시에 '네트워크 유세'를 열고 이를 자체 인터넷 방송망으로 실시간 중계하며 박 후보의 첫 유세를 '지원 사격'했다.
박 후보는 대전 유세 뒤엔 세종시와 충남 공주·논산·부여, 전북 군산·익산·전주 등 충청·호남 지역을 돌며 선거운동을 계속했다.
또 황우여 대표 겸 공동 중앙선대위원장과 김성주 공동 중앙선대위원장 등 선대위 주요 인사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유세 뒤 각 지역을 돌며 유권자들에게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문재인 "朴, 5·16쿠데타와 유신독재 세력의 잔재 대표"
이에 앞서 민주당 문 후보는 자신의 국회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를 시작으로 유세전에 돌입했다.
문 후보는 사상구 소재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앞 광장에서 열린 첫 유세에서 "박 후보는 5·16군사쿠데타와 유신독재 세력의 잔재를 대표하면서도 지금도 유신을 '구국의 결단이었다'고 말한다"며 "이런 교만하고 독선적인 불통의 리더십으로 새 정치를 할 수 있겠냐"고 박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박 후보가 앞서 부친 박 전 대통령 재임시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해 역사인식 논란에 휘말렸던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또 "(박 후보는)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을 무산시켰다"며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등의 내용을 담은 유통법 개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처리 불발의 책임을 박 후보에게 묻기도 했다.
문 후보는 이어 "부산시민들이 염원했던 동남권 신공항을 공정한 절차대로 진행하지 않아 심사를 무산시킨 게 누구냐"며 "그런데 이제 와서 시민의 심판이 두려워지자 가덕도 신공항을 얘기한다"고 언급, 이명박 대통령이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백지화한 신공항 건설을 박 후보가 자신의 대선공약으로 추진코자 하는 사실을 싸잡아 비판했다.
문 후보는 이후 경남 창원시청 인근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두 번째 유세에선 "민주화의 성지인 경남은 산업화에 있어서도 제조업의 심장 역할을 해왔으나, 이명박 정부의 지방홀대로 인해 현재 경제가 정체돼 있다"며 "이는 새누리당의 DNA와도 같은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성장과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인사정책, 경남에서의 새누리당 1당 독점으로 인한 지방자치의 미발전 때문"이라고 정부·여당을 거듭 성토했다.
문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대한민국과 경남을 낙후시킨 새누리당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선거혁명을 일으켜 달라"며 "과거 세력을 대표하는 후보를 심판하고 미래 세력을 이끌어갈 후보를 뽑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문 후보 지원유세에서 "5년 전 선거에서 이 대통령이 747(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공약을 내세웠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은 2%에 그쳤다"며 "이런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파트너이자 2인자였던 박 후보에게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박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을 통해 장사하다가 버린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이뤄야 중소 상공인과 서민, 노인이 편안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며 "문 후보와 함께 12월19일에 세상을 바로 잡자"고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문 후보는 이날 부산과 창원 지역 유세 뒤 상경,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선대위 주요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집중 유세'를 벌였다.
이에 앞서 민주당 전·현직 지도부와 선대위 관계자들은 문 후보의 유세 일정과는 별개로 각각 광주, 대전, 전북 전주, 경기도 수원 등지에서 거점별 유세활동을 벌이며 문 후보 지지세 확산에 주력했다.
ys4174@news1.kr, chacha@news1.kr, find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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