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김재연 제명안 부결…김제남은 왜?

통합진보당 김제남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의정대표단에서 이석기ㆍ김재연 의원 제명처리를 위한 의원총회를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편 심상정 원내대표는 모두 발언을 통해
통합진보당 김제남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의정대표단에서 이석기ㆍ김재연 의원 제명처리를 위한 의원총회를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편 심상정 원내대표는 모두 발언을 통해

이석기,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한 표차이로 부결되는 과정에서 무효표를 던져 부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김제남 의원이 결과적으로 통합진보당을 혼돈속에 빠트렸다.

김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에 찬성과 반대 어느 쪽에도 기표를 하지 않은 표를 던져 무표처리됐다.

의총이 시작될 때만해도 김 의원은 '찬성'쪽에 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상규 의원 등 구당권파측 의원들이 그동안 여러차례 캐스팅보트를 쥔 김 의원을 찾아가 제명의 억울함을 호소해 왔으나 설득에 실패했다는 말이 구당권파측 인사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지난 23일 이석기 의원을 만난 사실도 김 의원이 찬성쪽에 표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이 이 의원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했다고 알려진 까닭이다.

의총 표결 30분 전인 오후 5시30분께 이석기 의원실의 우위영 수석보좌관이 "제명될 것 같다"며 "마음을 비웠다"고 말해 분위기는 제명쪽으로 더욱 기울었다.

이같은 상황이 김 의원의 한 표로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김 의원은 표결 직후 의총장에서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상황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3명 의원들이 책임과 의무를 나눠지면 국민들의 뜻을 섬기면서 (의정활동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내 갈등과 반목을 봉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이유를 붙였다.

다만 무효표를 던졌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원칙은 비밀투표"라며 사실을 확인해주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구당권파측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추천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김 의원이 쉽게 구당권파측에 정치적 타격을 입히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전 공동대표가 두 의원에 제명에 극렬하게 반대해 왔다는 점에서 김 의원으로서는 이 전 공동대표에게 톡톡히 은혜를 갚은 셈이다.

복수의 당 관계자는 "비례대표 추천 당시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던 박원석 의원이 시민사회 몫으로 배정이 됐는데 이 전 대표가 맞불을 놓는 식으로 평소 알고 지냈고 성향도 비슷한 김제남 의원을 시민사회 몫으로 한 명 더 추천했던 것"이라고 추천과정을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김 의원과 함께 서기호 의원을 추천했다.

김 의원이 동료 의원을 제명하는데 대해 나름대로 고민을 했을 것이라는 '정상참작론'도 있다.

김 의원은 녹색연합 사무처장,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회 위원장,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회 위원장,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환경운동가다.

김 의원은 비례대표 경선부정 파문으로 당이 격랑 속에 휩싸였을 당시 혁신파측이나 구당권파측 등 어느 쪽 손도 들어주지 않아 정진후 의원과 함께 당내 중립성향 의원으로 분류됐었다.

27일 오전 내내 김 의원은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김 의원측 관계자에 따르면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제명안 부결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제명안 표결에는 심상정, 노회찬, 강동원, 정진후, 김제남, 박원석 의원 등 7명이 참여했으나 찬성 6표, 무효 1표로 결국 부결됐다.

정당법상 소속 국회의원의 당에서의 제명(출당)은 당 소속 재적의원 2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7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김 의원이 무효표를 던져 부결된 것이다.

구당권파측 김선동, 오병윤, 김미희,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항의의 뜻으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기권했으며 이상규 의원은 외부일정을 이유로 표결이 진행된 오후시간 대 의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k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