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입니다"…한동훈에 질문 쏟아낸 남성, 알고 보니 총리실 과장

"어디 기자인가" 묻자 "일반인"…휴대전화엔 '총리실' 텔레그램방
韓 "총리실이 야당 의원 사찰하나"…한성숙 "지시한 것 아냐"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제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외교·통일·안보에 관한 질문을 마친 후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6.9.10 ⓒ 뉴스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손승환 기자 =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일반인'이라고 밝힌 채 질문을 쏟아낸 남성이 한성숙 국무총리실 소속 과장급 공무원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의원 측은 해당 남성의 휴대전화에 표시된 총리실 텔레그램 대화방 등을 통해 신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야권에 따르면 한 의원은 이날 오후 3시쯤 국회 대정부질문에 앞서 본관 로텐더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청탁 의혹'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명' 주장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논란은 브리핑 도중 한 남성이 한 의원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됐다.

이 남성은 한 의원에게 "오늘 페이스북에 총리가 수사 지휘를 한다고 올리셨는데 무슨 취지로 올리셨나. 실제로 수사 지휘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벌어진 한성숙 국무총리와 한 의원 간 공방에 관한 질문이었다.

당시 한 총리가 한 의원의 김 후보자 관련 통화 내역 공개를 두고 "관계기관이 (수사자료) 유출 경위와 위법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히자 한 의원은 페이스북에 "언제부터 총리가 대놓고 수사 지휘를 하느냐"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남성의 질문에 "어제 이해식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 (한 총리가) '관계기관의 엄정한 조사, 확인을 지시하겠다'고 하셨죠?"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남성은 "(한 총리는) 그러니까 확인을 지시한 거지"라고 재차 따져 물었다.

질문이 계속되자 한 의원이 "어디 기자인가"라고 소속을 물었고, 남성은 자신을 '일반인'이라고 소개했다.

한 의원은 "여기까지 질문은 받아들이겠다"며 답변을 이어갔지만 남성은 "수사 정보가 나갔다는 전제하에 말씀하셨는데…"라며 다시 질문했다.

한 의원이 "누구시죠", "어느 언론사죠?"라고 재차 묻자 남성은 "기자 브리핑이면 빠져야 하나. 알겠다"고 말한 뒤 현장을 떠났다. 한 의원은 "재밌는 분이시네요"라고 했다.

당초 한 의원실 관계자들은 해당 남성을 언론사 관계자로 생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남성이 켜놓은 휴대전화 화면에서 '총리실'이라고 표시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을 발견하면서 신분에 의문을 갖게 됐다는 게 한 의원 측 설명이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한 의원이 전날 한 총리를 비판하며 올린 페이스북 글도 띄워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A 과장이 뒤쪽에 있다가 옆 사람에게 '나 질문할 거야', '나 질문한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더니 휴대전화를 들고 질문하기 시작했다"며 "기자면 그냥 질문하면 되지 왜 굳이 물어보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질문 자체도 내용이나 어투가 무언가를 대변하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이후 해당 남성은 총리실 소속 기획총괄과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의원은 이후 대정부질문에서 한 총리를 상대로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한 의원은 "오늘 대정부질문을 준비하기 위해 기자를 상대하고 있었는데, 총리를 옹호하고 저를 공격하는 질문이 나왔다"며 "평소 다른 기자들과 톤이 달라 소속을 물었더니 머뭇거리다 '일반인'이라고 답했다. 총리실이 야당 국회의원을 사찰하느냐"고 따졌다.

한 총리가 "적절치 않은 말씀"이라고 답하자 한 의원은 "기자인 척 와서 일반인이라고 거짓말하고 총리를 옹호하는 질의를 하는 건 적절하냐"고 재차 물었다.

한 의원은 "'총리님 플러스(+) 주요 간부방'에 들어가 계시냐"며 "과장이 총리의 지시를 받고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한 총리는 "그렇지 않다. 제가 시킨 것은 아니다"라며 "저 내용이 사실이라면 적절치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일반인이라는 말을 한 번만 한 게 아니라 두 번 거짓말하면서 나갔다"며 엄정 조치를 요구했고, 한 총리는 "상황을 파악해 보고 문제가 되면…"이라고 말을 흐렸다.

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도 관련 사진과 함께 "기자인 척하다가 일반인이라고 거짓말한 것"이라며 "정말 황당하고 기괴한 일이다.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