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청문회 '맹탕' 우려…野 신경전·與 공세에 한동훈만 부각

張 "'오빠' 강조하면 본질 흐려"…韓 "오빠가 본질" 맞불
與野 견제 속 오히려 커지는 韓 존재감…청문 정국 시선 집중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6.9.8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청탁 의혹'을 연일 제기하며 인사청문 정국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증인 없는 청문회가 예상되는 가운데 야권 내 공세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가열되는 데다, 더불어민주당까지 한 의원을 직접 겨냥하면서 오히려 한 의원에게 시선이 쏠리는 양상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여야가 증인·참고인 채택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청문회가 사실상 '증인 0명'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 신약 청탁 의혹 관련 브로커 양 모 씨를 포함해 증인 44명과 참고인 4명을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탈탈 턴 사건을 무한 반복하려 한다"며 거부했다.

여당 간사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44명 명단을 받아보니 제넨셀 사건 관련자가 대부분이었다"면서 "(이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혈안이 돼 탈탈 털었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야당 간사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증인이 아무도 없는 '맹탕 청문회'를 만들려 해 강력한 분노와 유감을 전한다"며 "우리 당이 요구하는 증인 44명, 참고인 4명 명단을 전달했으나 오늘 아침에야 단 한 명의 증인도 채택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 생각이라고 전달해 왔다"고 지적했다.

여야 간사 간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민주당이 증인 채택에 협의해 주지 않으면 마땅한 방법이 없는 만큼 국민의힘도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증인 없는 청문회가 현실화하면 제출 자료와 김 후보자의 답변만으로 의혹을 추궁해야 하는 만큼 사실상 청문회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제5차 본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6.9.9 ⓒ 뉴스1 신웅수 기자

이런 가운데 청문 국면의 시선은 한 의원에게로 향하는 모양새다. 한 의원이 김 후보자의 신약 청탁 의혹 관련 연일 폭로전에 나서면서 야권 내 공세 주도권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 의원은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김 후보자의 식약처 민원 전달 의혹을 공개 질의한 뒤 관련 녹취와 문자메시지를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이 사건을 '오빠 독약 로비'로 규정하고, 하루에도 20여 건의 페이스북 글을 쏟아내며 청문 국면의 공세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 무소속 한 의원에게 공세 주도권을 내주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 의원 제명을 주도했던 장동혁 대표는 한 의원의 폭로전에서 거리두기를 하며 메시지 방향성을 조정하는 모습이다.

장 대표는 지난 8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오빠 로비' 등 자꾸 오빠를 강조하는 건 김승원 후보자에 대한 문제점 본질을 흐릴 수 있다"며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김 후보자가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를 위한 후보자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 대표 역시 불과 며칠 전까지 이 사건을 '오빠 뇌물 사건'으로 지칭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의원을 의도적으로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권파에서는 더 직접적인 표현이 나왔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 대변인은 전날 페이스북에 "잘 싸우는 것과 광대 짓도 구분 못 하는 한동훈"이라고 적고 "저질스러운 녹취록 진실공방, '오빠' 논쟁에 함몰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가장 치명적인 사법 리스크는 정작 묻히고 있다"고 했다.

한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빠라 불리는 공직자가 여동생 브로커 청탁을 갖고 불법 로비해준 것"이라며 이 사안에서 오빠는 불공정과 특혜를 한마디로 보여주는 본질적인 말"이라고 맞받았다.

한 의원이 청문 국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함으로써 당내 복당 여론에 물꼬를 트려 하는데, 장 대표가 이를 그대로 두지 않으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증인 채택 난항으로 '맹탕 청문회'가 될 수록 한 의원이 청문회장 밖에서 이어가는 폭로전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민주당까지 한 의원의 공세에 전담 대응팀을 꾸려 맞대응에 들어가는 등 청문 정국이 '한 의원 대 민주당' 구도로 짜이면서, 제1야당 대표가 설 자리가 좁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뒤따른다.

민주당은 당초 '대응 최소화' 원칙으로 관망세를 이어오다가, 최근에는 한 의원의 녹취록 확보 경로까지 문제 삼으며 적극적인 공격 태세로 전환했다.

김민석 대표는 전날 전북 전주 전북도청에서 열린 전북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바라보는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응을 최소화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지만 국면이 좀 변한 것 같다"면서 "청문회와 별도로 한 의원 문제는 별도 사건으로 간 것 같다"고 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