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피해자가 지키려던 건 두 의원이 아니었다

국민의힘이 붙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린다' 긴급 간담회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가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8.4 ⓒ 뉴스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이분들이 참석한 의의를 생각해서라도 선처해 주시길 바랍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작가가 지난 18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서범수·진종오 의원에 대한 선처 탄원서를 제출하며 한 말이다. 그가 지키려 한 것은 두 의원이 아니라, 두 의원까지 불러 앉힌 보완수사권 논의의 자리였다.

김 작가는 2022년 5월 부산 서면에서 귀가하다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폭행당해 의식을 잃었다. 경찰 수사는 중상해에서 멈췄다. 검찰의 보완수사에서 살인의 고의가, 항소심 재감정에서 청바지 안쪽의 가해자 DNA가 확인되면서 사건은 강간살인미수가 됐다.

그는 이후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를 알리는 일에 자리를 가리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연 토론회에 장동혁 대표와 나란히 토론자로 앉았고, 이달 4일에는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간담회에 나갔다. 더불어민주당에는 날을 세우면서도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곽상언 민주당 의원에게는 따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일 간담회는 때아닌 실언 논란에 뒤덮였다. 서 의원이 사격 선수 출신인 진 의원에게 "돌려차기 한 판 하시죠"라고 했고, 진 의원은 "저는 발보다 손을 잘 쓴다"고 받았다. 김 작가가 도착하기 전이었다고는 하나 변명이 되기 어렵고, 두 의원도 그렇게 인정했다. 서 의원은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며 이튿날 김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진 의원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작 김 작가는 질타가 쏟아지자 "당사자가 괜찮으니 그만하시고 간담회에 집중해주세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렇다고 무른 용서도 아니었다. 사과하러 온 두 의원에게 사건 CC(폐쇄회로)TV 원본 영상을 틀어 보였고, 범죄 피해자 제도를 챙기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용서 대신 자신의 의제를 관철한 것이다.

하지만 윤리위는 서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10개월을, 진 의원에게는 6·3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한 의원을 도운 건까지 병합해 2년을 의결했다. 물론 모든 윤리적 판단을 피해자의 뜻에만 맡길 수는 없다. 징계가 보호하는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당이고, 피해자가 용서했더라도 당은 벌할 수 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었던 만큼 징계 자체를 문제 삼기도 어렵다. 다만 그 판단이 규정이 아닌 계파 셈법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사람이 어렵게 붙들어 온 대의를 계파 논리의 땔감으로 쓴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 의심을 키우는 것이 이진숙 의원 건이다. 이 의원은 정점식 원내대표가 취소를 요청한 포럼을 지난 13일 강행했고, 그 자리에서 5·18 민주화운동은 '소요 사태'로 규정됐다. 국민의힘은 정강·정책 전문에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간다고 적어둔 정당이고, 그 문구는 장식이 아니었다. 2019년 5·18 망언 파문 때 전신인 자유한국당 윤리위는 이종명 전 의원 제명을 의결했고, 2023년에는 국민의힘 윤리위가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을 의결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당원 등 3700여 명이 서명한 징계요청서가 접수되고 5·18 단체들이 중앙당사 앞까지 찾아왔지만, 윤리위는 절차조차 열지 않았다. 오히려 당은 징계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현재까지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

한쪽에서는 피해자가 반대한 징계를 의결했고, 다른 쪽에서는 피해 당사자들이 요구한 징계를 열지 않았다. 그 차이가 사안의 경중에서 비롯됐다면 기준을 설명하면 될 일이다. 징계받은 네 명은 모두 비당권파, 이 의원은 당권파라는 사실만 남겨둔 채 침묵한다면 계파 셈법이 기준을 흐트러뜨렸다는 의심을 무엇으로 씻을 수 있겠나.

김 작가가 막으려던 보완수사권 폐지법은 이미 공포됐다. 그는 앞으로 피해자들은 1차 수사기관의 결정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복불복"이라고 했다. 그가 붙들었던 것은 그 한 문장을 막는 일이었다. 국민의힘이 그사이 붙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