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국힘 인사 잇단 접촉…'탄핵의 강' 넘어 보수통합 띄운다

오세훈·중진 잇단 접촉하며 통합론 설득
지도부 "탄핵 찬성자 책임론 여전"

유승민 전 의원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출정식에 참석해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2026.5.21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정치 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다.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까지 두 차례 탄핵으로 분열된 보수 진영이 다시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보수 대통합' 어젠다도 꺼내 들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3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만찬 회동을 했다. 이에 앞선 지난 6월에는 연평해전 기념식 후 김기현·한기호·유의동·강선영·유용원 의원을 만났고, 당내에서는 구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박성민 의원 등과도 만났다.

당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의 이런 행보를 두고 내년에 발생할 수도 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의 행보 중심에는 차기 정치 행보 재개를 위한 기지개보다는 두 차례 대통령 탄핵이라는 악재를 겪은 보수 정치권의 위기론이 깔려 있다. 차기 총선 승리 없이는 보수 재건이 불가능하고, 이를 위해서는 탄핵 찬반론자들이 서로 일부 양보하고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8일 통화에서 "2016년부터 3차례 총선에서 모두 패배했고, 이 기간은 두 번의 탄핵과 맞물린다"며 "10년이 지났는데도 당 상황은 같다. 탄핵을 가지고 서로 싸우고, 배척하고, 공천 학살을 하다가 3번의 총선에서 연거푸 졌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0년간 대통령 탄핵을 두고 이어진 감정싸움이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을 안다면서도 "과거의 일은 과거로 돌리고 다가올 총선 승리만 보고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탄핵에 반대한 친윤계도 다가가야 하고, 그분들도 탄핵에 찬성한 이들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이 탄핵을 둘러싼 보수 진영의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9년 당시에도 "탄핵의 강을 건너자"며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3대 원칙을 제안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의 분열을 봉합하고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번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까지 겹치면서 다시 보수 진영 내부의 탄핵 찬반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유 전 의원의 판단이다. 과거 탄핵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계속 이어갈 경우 차기 총선에서도 보수가 승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의 마음을 얻어야만 총선 승리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수도권에 소구력이 있다며 "장동혁 지도부는 탄핵 이후 당을 강경 지지층에만 의존하고 있다. 지금 모습만으로는 안된다"고 했다. 이어 "장 대표를 이런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장 대표뿐 아니라 당의 책임 있는 분들을 만난다면 이런 이야기를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6.1.20 ⓒ 뉴스1 신웅수 기자

국민의힘에 따르면 유 전 의원과 만난 의원들 대부분은 탄핵 문제를 떠나 보수 진영이 통합해야 한다는 큰 방향에는 원론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과 수도권, 청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데에도 공감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유 전 의원도 지속적으로 국민의힘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초재선 모임 '대안과 미래'도 유 전 의원에게 초청 의사를 전달했고, 유 전 의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의원이 당내 여러 세력과 접촉하면서 보수통합론을 직접 설득하는 장을 넓혀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탄핵 문제를 둘러싼 당내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큰 만큼 실제 통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지도부의 시선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으로 보수 진영을 파괴해 놓고, 이제 와서 통합하자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가해자가 피해자한테 다시 잘 지내보자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도 당원들의 주장은 탄핵에 찬성한 이들에 대한 책임론"이라며 "통합론 같은 이야기를 할수록 논란만 커질 것"이라고 했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