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부터 '투표율 조작' 정황까지…선관위의 끝없는 추락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사태 이후에도 각종 의혹 불거져
"차라리 해체" 요구까지…선관위 측 "문제 개선 방안 적극 응할 것"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26.7.23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로 논란이 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지난 선거 당일 '투표율 조작'을 벌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소쿠리' 논란부터 '채용비리' 문제 등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린 선관위의 해체가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차장검사)는 이날 오전부터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이 포착된 중앙선관위와 경기도 선관위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하고 있다.

합수본은 압수수색 영장에 공전자기록위작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시했다. 합수본은 "관계자들의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합수본은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자 수 집계 과정에서 입력 오류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전산상 통계 수치를 임의로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본은 선관위 실무진이 투표자 수 오입력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숫자 맞추기'를 하자고 모의한 메신저 대화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논란은 지난 6·3 지방선거 본 투표일에 서울 송파·강남·광진구 등 전국 140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이 예상돼 추가 투표용지를 받았으며, 실제 26개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선관위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과거 비리들도 파묘됐다.

선관위는 2020년 총선에서 투표용지에 QR코드를 인쇄해 선거법 위반 논란을 빚었고, 2022년 대선 사전투표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등 투표 과정에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고 바구니와 쇼핑백에 담아 '소쿠리 투표' 논란이 빚어졌다.

이듬해에는 '아빠 찬스' 등 고위직 자녀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졌고, 지난 '소쿠리 논란' 당시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김세환 전 사무총장은 아들 특혜 채용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되는 등 채용 비리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선거가 있는 해마다 내부 휴직자가 급증하거나, 홍보 영상에 특정 지역 비하 상징물을 노출하는 등의 논란도 제기됐다. 이번 지방선거 직전인 5월 초 기준 선관위 직원 중 휴직자는 176명으로 전체의 약 6% 수준에 달했다.

투표용지 부족사태로 시작된 수사가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 부부의 동반 해외 출장, 직원들의 외유성 출장 의혹 등 예산 집행 문제 등으로 확대된 것도 논란을 키웠다.

이런 선관위 사태는 지난 1963년 헌법상 독립기구로 창설돼 감사원 등 외부 감시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2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선관위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위헌 판단을 내리면서 사실상 '치외법권'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야권을 중심으로 선관위 해체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부패한 선관위, 이미 선거를 관리할 자격을 상실했다"며 "선거조작의 범죄조직으로 전락한 선관위는 완전 해체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에 "현재 진행 중인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전산 조작 부분을 통째로 새롭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하루속히 특검을 출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선관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율 조작' 의혹에 대해 "수사 대상이기 때문에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면서도 "외부감사 체제를 도입하든, 뭘 하든 저희는 적극적으로 문제로 지적되는 사항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주어진 역할을 잘해야 하니까, 외부에서 신뢰할 수 있도록 문제가 없어질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