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특위, 시위대 뚫고 개표소 진입…"투표지 247만장 그대로"(종합)

봉쇄 27일 만에 확인…보관 장소 CCTV·이송 두고 여야 온도차
'넘버링 기계'는 고무 스탬프…"일련번호부터 한 게 패착" 자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윤상현 위원장과 윤건영, 서범수 여야 간사가 2일 오후 개표소 현장조사를 위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찾아 출입문이 개방되는 동안 대기하고 있다. 2026.7.2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손승환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2일 개표소 봉쇄 시위로 한 달 가까이 막혀 있던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뚫고 들어가 투표지 247만장의 보관 상태를 직접 확인했다.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 현장 조사에서는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에 대응한다며 준비한 '넘버링 기계'가 손으로 찍는 고무 스탬프임을 눈으로 확인하자 위원들 사이에서 한숨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국조특위는 이날 오전 11시 57분쯤 현장 조사를 위해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일대에는 경찰과 경호 인력 수백명이 대기하고 있었고, 위원들은 버스 안에서 송파경찰서장으로부터 현장 상황을 보고받으며 40분 넘게 대기했다.

그사이 한 시위 참가자가 버스 문 앞으로 다가와 "누가 시민들을 시위대라 했어. 뭐가 불법이야. 여기 나와봐 의원"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위원들은 낮 12시 46분쯤이 돼서야 하차해 도보로 이동했다. "야당 주도로 특검하라", "부정선거 재선거" 등의 구호 속에 일부 시민이 위원장·간사단 앞으로 뛰어들어 경찰이 막아서는 일도 벌어졌다.

위원들은 기동대가 확보한 경로로 핸드볼경기장 2-2 게이트 30m 앞까지 접근했다. 게이트 앞에서는 경찰이 문을 막고 있던 참가자들을 한 명씩 분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700명이 있었다. 지금 하나씩 분리시키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특위 내부의 이견이 표출되기도 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상황을 살펴보고 온 뒤 윤상현 위원장에게 "사람을 둘러업고 저렇게 해야 하나. 원래 이렇게 하지 않기로 했잖나. 사람들이 울부짖고 있다"고 항의했고, 윤 위원장은 "가만히 있으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2일 오후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개표소 현장조사를 앞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스크럼을 짜며 출입구를 막아서자 경찰이 강제해산을 시도하고 있다. 2026.7.2 ⓒ 뉴스1 구윤성 기자

위원들은 버스 도착 1시간 14분 만인 오후 1시 11분 취재진 외 출입을 통제한 상태로 경기장 내부에 진입했다. 지난달 5일 봉쇄가 시작된 지 27일 만이다.

불이 꺼진 경기장 지하의 샤워실 개조 보관 공간 문이 열리자 '투표지'라고 적힌 박스 420여개가 가득 쌓인 모습이 드러났다.

윤 위원장이 "총 투표지는 얼마냐"고 묻자 김남훈 송파구선관위 사무국장 직무대리는 "247만 장"이라고 답했다. 투표 마감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함도 이곳에 보관돼 있었다.

보관 상태의 허점도 확인됐다. 보관 장소 내부에는 CCTV가 없었고,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밖에 있는 CCTV가 여기를 못 찍는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의원은 "12시 방향에 투표용지가 있는데 CCTV 2개 중 하나는 5시 방향을, 하나는 9시 방향을 보고 있다"고 사각지대를 짚었다.

김 직무대리는 CCTV가 보관 장소를 비추는지에 대해 "그렇게 알고 있지만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답했고, 위원들은 영상 제출과 전수 확인을 요구했다. 개표 종료 당시 문을 직접 잠갔던 조시훈 전 송파구선관위 사무국장은 '현장이 당시와 동일하냐'는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동일하다"며 "위원장 도장으로 봉인도 했다"고 증언했다.

투표지 이송을 두고는 여야 간 온도차가 드러났다. 김용만 의원은 "경기장 샤워실에 보관한다는 건 얼토당토않은 얘기"라며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는 것을 국민이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하루빨리 옮기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수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현장이 보전돼야 한다"며 "지금 함부로 옮기면 실질적으로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맞섰다.

윤 위원장은 검증을 마친 뒤 "247만 개에 달하는 유효·무효 투표지와 투표함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며 국회 의결을 통한 투표함 재검표의 공개 검토를 여야에 제안했다.

그는 경기장 밖 시위 참가자들을 향해서는 "저희가 불상사 없이 들어오게 해준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며 "여러분들의 충정에 저희들도 똑같은 심정이다. 국조를 통해 어떤 해법을 도모하는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국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현장 조사에 나선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 내부에 투표지 보관박스가 쌓여있다. 2026.7.2 ⓒ 뉴스1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송파구선관위 현장조사에서는 선거 당일 대응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부족 신고가 처음 접수된 것은 지난달 3일 오전 11시 34분(잠실4동 제7투표소)이었는데, 송파구선관위는 평소 쓰지 않던 넘버링 스탬프를 찾아 칫솔로 먼지를 털고 잉크를 주입하는 데에만 2시간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스탬프 4대로 5시간 동안 넘버링한 무번호지는 1000매 남짓이었고, 결국 오후 4시 46분쯤에야 서울시선관위에 일련번호 없는 무번호지 공급을 보고했다. 부족 연락이 온 투표소는 총 20곳에 달했다.

조 전 사무국장이 위원들 앞에서 찍으면 번호가 자동으로 넘어가는 고무 스탬프를 직접 시연하자 위원들은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여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직접 스탬프를 찍어보며 "저걸 기계라고 하지 마세요"라고 했고,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그러니까 저거 다 하다가 5시간 간 거야"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5시간 동안 넘버링 기계만 붙잡고 있었고 인근 투표용지를 구해서 배분할 생각은 안 했다는 것"이라고 따지자, 조 전 사무국장은 "처음에 대응을 일련번호부터 한 게 패착인 것 같다"며 "투표율 예측이 실패한 게 제일 크다"고 자인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송파구선관위를 질타했다. 윤 의원은 "지금 답변하는 게 다 남 탓이다. 임차인 탓, 집회 탓, 예산 탓"이라며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 그거 잘하라고 월급 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부남 민주당 의원은 잠실4동의 인구 기준일 오적용 문제를 짚으며 "25년 근무하신 분이 공직선거관리규칙 해석도 못 하는 이 선관위 참으로 한심하다"고 했다.

김남훈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직무대리가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현장보고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7.2 ⓒ 뉴스1 국회사진기자단

이어진 질의에서는 방호인력이 시위대에 막혀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다 계약 연장을 거부하고 철수했다는 경위와, 지난달 5일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 이송 당시 참관인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송파구선관위는 이날 보고에서 개표소 내부 방호인력이 계약 만료로 지난달 16일 철수해 시설 외부 경비 2명만 남았고, 올림픽공원 개표소의 투표지를 청사로 옮기는 방안을 준비 중이지만 건물에 영어유치원과 산후조리원이 입주해 있어 시위 발생 시 불편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현장 조사를 앞두고 핸드볼경기장 앞에서는 조사 수용 여부를 놓고 시위 참가자 간 몸싸움이 벌어져 119 구조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국조특위는 오는 7일 2차 현장 조사에 이어 14일과 22일 두 차례 청문회를 진행한 뒤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할 방침이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