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했던 장동혁 사퇴론 다시 분출…당내 여론 무게추 이동 흐름 감지

옛 친윤계 의원들 잇단 책임론…중진·영남권까지 사퇴 대열
"무딘 칼로 2028 총선 못 치러" 의총서 박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송석준 의원의 공개 발언 요구를 듣고 있다. 이후 의총은 공개 발언 없이 비공개로 전환됐다. 2026.6.17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광역자치단체장을 뽑는 6·3 지방선거에서 '12 대 4' 패배 이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승패 해석 논쟁에 가려 잠복했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사퇴론이 다시 분출하고 있다.

옛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잇따라 지방선거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당내 여론의 무게중심이 사퇴 쪽으로 기우는 흐름이 감지된다.

18일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전날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4선 이종배 의원과 3선 윤한홍·송석준·김정재 의원, 재선 박형수·권영진·조은희 의원 등이 장 대표 사퇴 필요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선거에서 패하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책임형 임기제의 기본 속성"이라며 "사퇴하지 않으면 과거 어느 당 대표처럼 '찌질이' 소리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권 의원도 "후보들이 절박하게 장 대표를 피한 결과 서울시장·경남지사 선거에서 이긴 것이며, 이는 정권에 대한 경고이자 장 대표에 대한 심판"이라고 했다.

송·권 의원은 초·재선 모임인 대안과미래 소속으로 선거 전부터 장 대표 사퇴를 요구해 와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주목할 만한 점은 이날 중진과 영남권 의원들까지 사퇴 대열에 가세하며 책임론의 외연이 한층 넓어졌다는 대목이다.

윤 의원은 "선거가 끝나면 원래 다 나가는 것"이라는 취지로 사퇴를 압박했고, 이종배 의원은 "지지율이 오르며 국민이 기회를 주고 있는데, 장 대표가 사퇴해야 당도 살고 본인도 산다"고 했다.

특히 박형수 의원이 "무딘 칼로는 2028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하자 회의장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고, 여러 의원이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진숙·강승규 의원 등은 "선거에 참패한 것이 아니어서 사퇴할 이유가 없다"며 장 대표를 엄호했다. 그러나 사퇴 요구가 다수를 이루는 분위기 속에서 반대 측은 수적으로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박대출 의원은 지방선거 직후 반등한 지지율 등을 언급하며 사퇴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거론됐으나, 의총 후 페이스북에 자신은 데이터를 근거로 발언했을 뿐 사퇴에 반대하는 취지로 말한 적은 없다고 해명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당권파는 이런 여론을 수용하기보다 오히려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장 대표 비서실장인 박준태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에 대안과미래라는 의원 모임이 있다. 대안과미래의 해체를 요구한다"며 "어떤 대안도 없이 당 대표 사퇴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사퇴론을 겨냥해 "그분들 주장의 요지는 당 대표가 인기가 없으니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 일부는 본인들 지역에서 그렇게 인기가 없는 분들이다. 본인 임기 4년을 채우지 않고 중간에 사퇴할 것이냐"라고 날을 세웠다.

당권파가 이처럼 강하게 맞서는 배경에는 의원들이 합심하더라도 장 대표를 끌어내릴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사정이 있다.

양향자 최고위원과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이 일찌감치 지도부 총사퇴를 공개 제안했지만, 당헌·당규상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물러나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되는 구조여서 실현은 쉽지 않다.

사퇴에 강경 반대하는 김민수 최고위원이 버티는 가운데, 사실상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이 거취의 키를 쥔 인물로 떠올랐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당내 여론이 모이면 따르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으나, 신 수석최고위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해결 책임을 들어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실제로 전날 의총에서도 최고위원 동시 사퇴 방안이 거론됐지만, 신 수석최고위원은 '당원의 뜻으로 당선됐는데 왜 거취를 이 자리에서 거론하느냐'는 취지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런 버티기로 원내의 거센 반발을 언제까지 견딜 수 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장 대표는 선거소청을 16개 광역단체 전 지역으로 확대하자는 입장을 폈지만, 의총 논의 끝에 투표용지 부족·투표 중단이 확인된 서울 등 7곳으로 범위가 좁혀졌다. 앞서 지도부가 최고위 의결만으로 소청을 밀어붙이려다 의총 소집 요구에 막혀 결정이 뒤집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내에서 이견이 크지 않은 소청 범위 문제조차 장 대표 뜻대로 관철되지 않은 셈이다. 장 대표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몇 곳을 소청할 것이냐'는 물음에 "결정권자가 나인 것이 맞느냐. 내가 무슨 힘이 있느냐"고 반문한 것도 이런 처지를 드러낸다.

이 때문에 원내 반발이 더 거세지고 이런 상태가 장기화하면, 장 대표 지도부도 버티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이번 의원총회에서 드러난 것일 뿐이지, 의원들 사이에서 사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장 대표가 길게 버틸수록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사퇴를 관철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었다. 한 초선 의원은 "장 대표가 버티기로 마음먹은 듯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다소 우려스럽다"며 "무조건 버티면 수단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장 대표가 스스로 내려올 수 있도록 원내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시기"라며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그러한 뜻이 모인 셈"이라고 말했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