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만의 개헌' 무산에 우원식 눈물…"국힘, 부끄러워 해야"(종합)

국힘 필버에 "재상정 안해" 산회 선언…여야, 고성·야유 아수라장
'선거용 졸속 개헌' 국힘 당론 안 굽혀…이달 우 의장 임기 종료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5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 산회 후 눈가를 닦으며 의장석을 내려오고 있다. 우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헌법개정안(개헌안)에 반발해 개헌안을 포함한 모든 비쟁점법안에 대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한 국민의힘을 질타하며 개헌안을 비롯한 모든 법안을 상정하지 않고 본회의를 산회했다. 2026.5.8 ⓒ 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조소영 홍유진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개정안(개헌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며 산회를 선언했다.

그간 개헌의 당위성을 피력했던 우 의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개헌안 처리가 불발되자 눈물을 흘렸다. 본회의장은 여야가 고성과 야유를 주고받으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우원식, 국힘 향해 작심 발언…"무제한 토론 제도 남용"

우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개헌안에 반발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사한 국민의힘을 향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우 의장은 "헌법개정안은 국민의힘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가(결)이든 부(결)이든 의결할 수 없는 거 아닌가"라며 "의사결정권을 국민의힘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우 의장은 "그러면 들어와 표결에 참여해 부(반대표)를 던지든 가(찬성표)를 던지든 해야 한다. 의사결정을 다 할 수 있는데 무슨 무제한 토론인가"라며 "무제한 토론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소수파가 자기 의견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우 의장은 전날(7일)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해 개헌안 처리가 무산된 것을 언급하면서 "여기에 무제한 토론을 하는 것은 무제한 토론 제도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여당 의석에서는 "맞아요"라며 호응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불법 계엄 막을 개헌안에 필리버스터"…성난 우 의장 "재상정 안해"

우 의장은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만든 개헌 기회를 걷어찼을 뿐만 아니라 공당으로서 국민께 한 약속과 책임을 같이 걷어찬 것"이라며 "'불법 계엄을 반성한다, 반대한다'고 한 소리는 다 어디 갔냐"고 꼬집었다.

우 의장은 "불법 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에 필리버스터까지 걸었다"며 "이러고도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로 무기징역을 선고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절연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비판과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타했다.

우 의장은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럽고 두렵게 여기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 의장은 발언 중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거리다 눈물을 훔쳤다. 이달 말 그의 임기는 종료된다.

우 의장은 "국민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선거인단에 등록한 재외국민 여러분, 그리고 관계기관에도 유감의 뜻을 표하고 국회의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얼마든지 합의할 수 있어 사실상 반대할 내용이 전혀 없는 개헌안을 놓고도 개헌의 문을 열지 못했다"며 "정략과 억지 주장을 끌어들여 39년 만에 기회가 찾아온 개헌을 무산시킨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원내 6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 소속 의원 187명은 지난달 3일 발의한 개헌안의 골자는 계엄 선포 시 국회 승인을 의무화하고, 부마 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는 것이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됐다면 30일 안에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6월 3일 국민투표 실시를 전제로 역산하면 오는 10일까지는 개헌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지방선거와 국민 투표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지선·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사실상 무산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191명) 이상 찬성'인 개헌안 의결 조건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 최소 12명이 찬성 표결을 해야 한다. 국민의힘의 협조가 불가피했지만 국민의힘은 '개헌 반대' 당론을 굽히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개헌안 자체에 반대하지 않지만 현시점에서 추진하는 것은 '6·3 지방선거용 졸속 개헌' '이재명 대통령 연임을 위한 개헌'이라며 반발했다.

이날 본 회의장은 여야가 서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국민의힘 의석에선 "상정해라. 의장님, 의사일정이 장난이냐"고 항의했고 민주당 의석에선 "국민의힘이 책임져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그러니까 합의해 개헌안을 발의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개헌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우 의장은 "본회의에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국회의장의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석에선 "맞습니다"라며 호응했다.

우 의장이 이날 상정이 예정됐던 50개 법안에 대해서도 "무제한 토론이 신청됐다"고 지적하자, 국민의힘에선 "날치기 법안"이라고 맞받았다.

국민의힘이 본회의장에서 단체로 빠져나가자 민주당은 "다시는 들어오지 마"라고 성토했다.

우 의장은 결국 산회를 선언했다.

mr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