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 현장을 가다] 길정우, '원희룡 불출마' 서울 양천갑 지켜낼까

양천(갑) 새누리당 길정우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News1 이명근 기자
양천(갑) 새누리당 길정우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News1 이명근 기자

지난 며칠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문건 공개가 일으킨 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새누리당 후보들로부터는 특히 서울 등 수도권 선거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하소연이 터져나오고 있다.

4.11 총선에 임박해 쟁점으로 떠오른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에 당연히 신경이 쓰일 텐데도 2일 양천구 목동에서 만난 서울 양천갑 지역의 길정우 새누리당 후보는 의외로 담담했다.<br>"생각보다 큰 영향을 줄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어제, 오늘 일 아니지 않냐. 이미 알 사람들은 옛날부터 있었다는 거 다 알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처음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후보답지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br>알고보니 그는 정치 신인이지만 57세로 늦깎이다. 정치 입문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통일부 산하 민족통일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을 지냈고 중앙일보 위싱턴 특파원· 논설위원 등 언론인으로도 활동했으며 주미 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일하기도 하는 등 다채로운 경력을 갖고 있다. 

길 후보는 "외교관 생활, 기자 생활, 학교 생활 중 어느 시절이 좋았냐 생각해보면 외교관 공무원 시절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인생은 공직에서 서비스를 하며 마감하는게 명예롭겠다고 생각했다"며 정치에 도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br>지난 7일 양천갑에 전략공천 된 길후보의 든든한 지원자는 이 지역에서 3선(16~18대)을 한 원희룡 의원이다.<br>길 후보와 9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원 의원은 지난해 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지금은 길 후보의 총선 승리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고 있다. <br>길 후보의 선거 캠프는 대부분 원 의원 측 관계자들로 짜여져 있고, 원 의원은 수시로 길 후보의 선거 유세장에 등장해서 힘을 불어넣고 있다. 길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원 의원 사무소와 같은 건물에 위치해 있다.<br>때문에 일각에서는 길 후보가 원 의원의 낙점을 받은 '낙하산 인사'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길 후보 측은 당의 인재영입위원회를 통해 발탁된 것이라며 그같은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길 후보는 12년동안 이 지역에서 견고한 지지층을 쌓아온 원 의원의 뒤를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각보다 너무 크다고 걱정하기도 했다.<br>공천을 받은 후 한 달 가까이 지역 유권자들을 만나긴 했지만 처음 출마한 총선 후보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는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강행군하며 주민들에게 얼굴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br>길 후보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와 지역방송 토론회 일정 때문에 오후에 이르러서야 목5동의 한 상가에서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br>그는 주민들을 볼 때마다 90도로 인사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힘이 들 법도 했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는 길 후보의 말에서는 늦깎이로서 최선을 다하려는 성의가 느껴졌다. <br>하지만 낮은 인지도 탓에 주민들의 반응은 아직 넘어야 할 부분이 많았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면박을 당하기도 했고 어떤 유권자는 명함을 건네고 인사를 하는 길 후보를 역시 잘 모르겠다는 듯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br>길 후보를 위축시키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곳이 새나라당 텃밭이라는 점에 걸맞게 그에게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주민들도 상당했다. '100% 될거다. 힘내라', '잘 될 거다. 걱정마라', '인상 참 좋다' 등의 얘기를 들을 때 길 후보는 힘을 얻으서 '걱정마세요'라고 답했다.  <br>양천구갑은 새누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안심할 수 없는 상황.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영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오차 범위 내에서 밀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반(反) 새누리당 정서도 상당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br>길 후보는 "투표날이 다가올수록 유권자들이 무섭게 느껴진다"며 "젊은층 뿐만 아니라 중년층 중에서도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유권자를 볼 때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많구나를 느낀다"고 말했다.<br>그는 "전체를 100으로 놓고 볼 때 여야 각각 30은 정해져있고, 나머지 40을 가져오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고, 당에 대한 지지도는 야당에 비해 앞서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br>민주당 차 후보에 대해선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쪽에서) 이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사실 별 관심이 없다"며 "상대방 후보의 약점에 관심가질 만큼 한가롭지 않다. 주민들에게 호소하는게 표가 되지, 상대방 후보를 분석하는게 뭐가 도움이 되겠냐"고 답했다.

길 후보에게 왜 자신을 이 지역의 적임자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봤다. 그는 "주민들을 만나보니까 굉장히 실용적이고, 어머니들은 알뜰하면서도 교육율이 높아 미래지향적이다"며 "그게 바로 나의 삶이었다. 이 지역과 저는 잘 맞는다"고 강조했다.<br>그러면서 "진정성을 갖고 한 분이라도 더 뵙는게 제일 중요하다"며 "'저 친구 믿음직하구나, 저 친구에게 맡기면 허튼 짓 안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진정성을 갖고 임하겠다"고 다짐했다.<br>이번 양천구갑의 두 후보 모두 정치신인이라는 점에서 아직 누구를 뽑을지 결정을 못한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기자가 만난 대부분 유권자들은 '아직 결정 못했다', '누가 나오는지 모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br>하지만 80대의 한 할아버지는 "무조건 새누리당이다. 민주당을 어떻게 믿냐"고 말했고, 오목교 근처에 거주하는 60대의 한 남성은 "민주당은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등 너무 극단적으로 반대한다. 인물도 중요하지만 당으로 볼땐 요즘 새누리당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세 아이를 키우는 박 씨(40)는 "차영 후보가 엄마들 입장을 더 잘 알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교육에 대해선 차 후보가 더 잘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출신(나이): 서울(57) △학력: 미국 예일대학교 인문대학원 정치학박사 △경력: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전 서울사이버대학교 총장대행 △재산: 13억2000원 △병역: 육군일병 복무만료(소집해제) △납세: 5년 간 소득세 및 재산세·종합부동산세 2억6067만5000원(체납액 없음) △전과: 없음<br>

ggod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