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허철훈 사무총장 "선관위에 무장군인, 눈앞이 캄캄…부정선거론 처벌 근거 필요"

[뉴스1 초대석] "尹, 부정선거 없다는 보고 받고도 계엄 선포…매우 충격적"
"선거 전문으로 다루는 독립된 선거연구원 필요…지선 집중 단속반 운영할 것"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16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대담=최경환 정치부장) 박소은 기자 =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을 회고하며 "계엄군이 헌법상 독립기관인 중앙선관위 청사를 침탈한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없는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였다. 관계 당국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조치가 조속히 이뤄지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허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최근 특검의 발표를 보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행정안전부 장관·국정원장·감사원장으로부터 '부정선거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는데도 계엄을 선포했다고 한다. 매우 충격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부정선거·특혜채용 등 중앙선관위를 둘러싼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그간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운영해 왔으며, '미니 총선'이라 불리는 6·3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아가 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을 연구할 '선거연구원' 설립이 필요하다며 "타 헌법기관이나 중앙부처는 독립된 연구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연수원 선거연구부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전담 인력은 박사급 3명에 불과하다"며 "정치관계법 개정시 대안 제시, 선거관리기법 연구, 선거관리 인력 확보방안 연구 등을 위해 필요한 조직"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징벌적 손해배상 입법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두고도 "법안 내용 중 '타인을 비방할 목적'이 성립 요건이다. 이 '타인'에 국가기관이 포함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부정선거 주장과 관련한 명백한 허위정보 유포 행위에 대해 처벌할 직접적 근거 규정이 없다. 선거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한 별도의 규제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허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12·3 비상계엄 당시 무장한 군인들이 쳐들어왔다. 처음에 중앙선관위 직원들은 선거 정보가 담긴 서버실을 계엄군에게 가르쳐주지 않으려 노력한 것 같은데

▶시설과장은 청사 담당자인데 소식을 듣자마자 청사까지 뛰어왔다. 그때 군인들이 통제하고 못 들어가게 막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 처음으로 그런 경험을 당하니 매뉴얼도 없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눈앞이 캄캄했다. 그날 잠을 한숨도 못잤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던 와중에 국회에서 비상계엄이 해제됐다. 그런데 최근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를 보니 윤 전 대통령이 행안부 장관·국정원장·감사원장으로부터 '부정선거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는데도 계엄을 선포했다고 한다. 그걸 보니 정말 충격적이었다. 12월 3일 중앙선관위 청사 근무자나 청사와 관련 있는 직원 25명이 수사기관·법원에 17번 출석했다. 당시 상황을 다 진술했다. 일부 충격이 있는 분들은 심리상담도 많았다. 지금은 많이 회복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5부 요인 오찬에서 중앙선관위의 자체 방어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 청사를 점거당하고 나서 '아 이 청사를 제대로 방호를 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국가중요시설 지정 추진을 했다.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는 지정이 돼 있는데 우리는 안 돼 있었다. 12월 국가중요시설 '가'급으로 지정됐다. 우선 방호 인력 23명을 확충해 선관위 공무원으로 구성된 보안관리대를 신설하고, 울타리·정문 등 국가중요시설 기준에 맞게 방호시설을 단계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선관위에 대한 음모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청사 방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앙선관위 청사 앞에 천막이 쳐져 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집회를 한다. 오후 4시 정도 되면 음악을 틀고, 선관위를 욕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곤 한다. 청사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부정선거 주장론자들이) 절제되지 않는 용어로, 전혀 거르지 않는 표현을 쓰곤 한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사형' '부정선거 사형' 이런 주장을 하다 보니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엄마 사형이 뭐야?' 이렇게 물어본다고 한다. 집회 신고를 하고 오니 막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현행법상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는 청사 100m 이내 집회가 불가능한데, 중앙선관위는 그 내용에 포함돼있지 않다.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16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가 가능한 건가

▶부실관리 사례는 있지만 부정선거 사례는 없다. 현재 직원이 2982명이다. 사전투표소는 3568개소, 투표소는 1만4295개다. 직원을 투표소에 다 보낼 수가 없다. 지방 공무원을 위촉해서 사전투표 관리를 하다보니 실수나 부주의, 판단 착오는 발생한다. 21대 대선 당시 사전투표소에서 배우자 신분증을 가지고 대리투표를 하다 적발된 행위는 있지만 부정선거 사레는 결코 없다. 설사 조작이 가능하다고 해도 실물투표지를 조작값에 다 맞춰야 한다. 사전투표, 투표, 개표 과정 관리에는 50만 명 이상이 필요하다. 그 50만 명이 지켜보고 있는데 조작한 값에 맞게끔 실물 투표지를 맞출 수 있나. 부정선거는 불가능하고 실체가 없다.

-부정선거론자들은 사전투표 선거전용통신망(선거망)의 내·외부망이 연결돼있다는 주장을 펴는 것 같다

▶우리 위원회 정보통신망은 업무망·선거망·외부망으로 구분된다. 이중 업무망과 선거망은 외부망과 분리된 폐쇄형이다. 내부망(업무망·선거망)은 외부망과 분리돼 있고, 국정감사에서의 발언은 보안 강화를 위해 일부 연계된 업무망·선거망을 추가로 분리하겠다는 의미다. 사전투표 전날 최종모의시험과 사전투표 이틀 동안 망을 연결한다는 표현을 썼는데, 선거망을 외무에 개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위원회 외부에 있는 읍·면·동 주민센터 등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명부단말기에 선거망을 연결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선거망이 외부망과 분리되어있지 않다는 의미로 오해하는 것 같다. 이를 확대·왜곡해서 "중앙선관위가 외부에도 망을 열어준다" "그래서 사전투표 조작이나 해킹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도 없고 맞지도 않다.

제21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27일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국내로 회송된 재외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5.2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도 필요해 보이는데

▶정당법·선거법이 개정돼서 선거연령이 18세가 됐고, 정당 가입 연령이 16세가 됐다. 학생 신분을 가진 사람이 유권자도, 후보자도, 당원도 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학교에서는 정치적 중립성 시비 때문에 선거 교육이 필요하지만 어려운 상황이다. 언젠가는 그 학생들이 유권자가 됐을 때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가짜뉴스 등 허위조작정보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선거교육이 필요하다. 선거 교육을 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국회 논의 중 중립성·전문성·공정성을 고려해 독립 기관에서 선거 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검토보고서가 나왔다. 선거 교육만이라도 법적 근거를 만들어서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선거교육지원 법안을 만들어서 국회에서 심의하고 통과시켜야 한다.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해 보이는데

▶선거에 관한 허위정보 유포 행위에 대해 2020년 이후 15건을 고발했다. 당사자 사망으로 인한 공소기각 1건, 진행 중인 1건을 제외하고 13건은 불송치·불기소·무죄 판결을 받았다. 부정선거 주장과 관련된 명백한 허위정보 유포 행위에 대해 처벌할 직접적인 근거 규정이 없다. 판례에 따르면 '국가기관'은 명예훼손 당사자가 될 수 없어 대응도 어렵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입법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런데 요건 중 하나인 '타인을 비방할 목적'의 '타인'에 국가기관이 포함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고 나면 국가기관이 포함될 수 있는지 질의해볼 필요가 있다.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16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선거제도와 정책 발전을 위해 선거연구원과 같은 기관이 필요해 보인다

▶공무원들이 수당이 적고 어려움이 많아서 선거사무를 기피한다. 안정적인 선거 관리를 어떻게 담보할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거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독립된 기관이 필요하다. 법제·행정·조세·교통연구원 등 다른 헌법기관이나 중앙부처는 독립된 연구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선관위는 선거연수원 선거연구부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연구전담인력은 박사급 3명이 전부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약 120명 정도, 서울연구원은 약 300명 정도다.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돼서 대체토론을 한다든지, 정치 관계법 개정을 위해 소관 상임위의 대체토론을 한다고 할 때 자료 제공이나 합리적 대안 제시, 연구 등이 필요하지 않겠나. 만약 선거연구원이 설치된다면 개방형 지위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 정당, 정치자금 관련 석박사나 경험 있는 사람을 많이 채용해야 한다. 선관위 조직을 확대하는데 끝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와 선거가 그래야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가장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사무총장이 되고 나서 지방위원회에 방문했다. 군 단위 위원회를 방문했는데 대부분이 농촌 지역이다. 단속을 담당하는 직원이 '지방선거와 조합장 선거에서는 아직도 금품 제공 문제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하더라. 금품수수시 과태료 최대 50배, 신고·제보한 사람을 대상으로는 포상금을 최대 5억원이라 안내하고 있다. 선거기간이나 임박했을 때 대책반을 만들어서 중점 단속을 실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신뢰 회복을 위해 최근까지 특별위원회를 운영하기도 했는데

▶여러가지 방안들을 진행해왔다. 특혜채용 논란 관련해 비다수인 경력채용을 폐지하고, 면접위원을 100% 외부위원으로 위촉했다. 자녀채용 특혜채용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고자 지방공무원 경력채용도 폐지했다. 이 개선안이 적정하고 충분한지 확인하기 위해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11월까지 3개월간 운영했다.

특위에서는 감사기구의 독립성·공정성 강화를 위해 선관위 감사위원회의 설치 근거를 법률로 상향하자고 제안을 주셨다. 선거사무인력을 조기 확보할 수 있도록 법제화 추진, 혼잡한 사전투표소 현장대응팀 운영, 사전투표관리관 사인(私印) 인쇄날인 근거를 선거법으로 규정하도록 법제화 추진 의견도 주셨다.

허철훈 사무총장=△1965년 강원 영월 출생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석사 졸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국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획국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상임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획조정실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책실장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