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외교 성과 가릴라…'로키' 지도부 vs '강공' 법사위 엇박자
집단 반발 검사장 고발 이어 내란전담재판부 공개 압박
김병기 "뒷감당 해야 할 것" "자기 정치하려"…김용민 "사전에 충분히 얘기"
- 김세정 기자
(서울=뉴스1) 김세정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검찰·사법부 압박 수위를 놓고 지도부와 강경파의 엇박자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국정 안정을 위해 '로키(Low-key)' 기조를 잡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강경파 의원들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통령이 지난 1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아프리카·중동 순방길에 오르자 강경 발언을 자제하면서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불필요한 정쟁으로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가리거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 기류는 다르다. 범여권 법사위원들은 지난 19일 대장동 항소 포기에 집단 성명을 낸 검사장 18명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뒷감당은 거기(법사위)서 해야 할 것"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도부와 사전 조율 없이 진행된 돌출 행동이라는 시각이다.
이로 인해 지도부가 공을 들인 국정조사 추진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감사나 조사는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선 안 된다고 규정해, 고발된 검사장들에게 증언을 거부할 명분을 스스로 쥐여준 형국이 됐다는 지적이다.
갈등의 전선은 내란전담재판부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지도부가 위헌 논란 등을 고려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안임에도, 강경파 의원들이 공개 압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고위원인 전현희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내란재판전담부 설치를 주장한 데 이어 이날도 박주민·김승원 의원과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해 지도부를 향한 공개 압박에 나섰다.
그는 "지도부 내에서는 사실 현재까지 (설치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더 이상 물러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고, 박 의원은 "지금이라도 지도부가 확실하게 결단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 국회에서 열린 3대특검 종합대응 특위 회의에서도 전 의원은 "현재까지 내란전담재판부와 내란영장전담판사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국민적 우려가 매우 높다"며 "당내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고, 대통령 순방이 끝나는 시점에 반드시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김 원내대표가 최근 지지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도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원내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문제를 논의해달라는 지지자의 요구에 김 원내대표는 "강경한 의견을 빙자해 자기 정치를 하려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심하게 말하면 지금까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주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같은 강경론이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 당의 전략에 혼선만 준다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난맥상은 단순한 이견을 넘어 지도부와 강경파 의원들 사이 '소통의 혼선'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난 19일 경찰 고발 건과 관련해 "갑자기 한 게 아니다. 사전에 충분히 얘기하는 등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며 "지난 12일 법사위에서 장관에게 '경찰에 고발하겠다. 고발하면 협조할 것이냐'고 물었고 정 장관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번 파열음의 본질이 다가올 지방선거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김 원내대표가 '자기 정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도, 일부 의원들의 행보가 공천을 염두에 둔 당원 소구용 성격이 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주요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여당으로서 안정을 좇는 지도부와 존재감이 필요한 강경파 간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liminalli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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