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집권 여당의 '부동산 침묵' 너무 길다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서류를 대행하는 법무사 배만 불리는 것 같다."
지난달 서울 외곽지역에서 아파트를 매매한 20대 예비 신혼부부의 푸념이다. 광범위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공인중개사도 구청도 우왕좌왕이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묶자 어차피 이재명 정부는 규제를 확대할 것이라며 배짱 호가를 올리고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 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 10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43% 상승했다.
3주째 구청에서 토지거래 허가를 받지 못한 신혼부부 친구는 이런 분위기에 집주인이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계약을 파기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한다.
이들 신혼부부가 발품을 팔던 사이,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 나와 구리·화성 등 수도권 비규제지역에 대한 규제 확대 가능성을 거론했다.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현재 시장의 심리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무적 판단을 해야할 장관이 지나치게 관료화됐다는 우려마저도 나온다. 국토부 실무자가 아닌 중진 국회의원 출신의 장관이 한 발언이라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더니 국토부 장관은 지난 13일엔 여야 합의로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본회의에 돌연 불참했다. 야당은 소관 법률을 통과시키는 자리에 주무부처 장관이 없다며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결국 협치는 퇴색되고 국토부 소관 법률들은 여당이 단독처리했다.
그럼에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른 부처와 달리 국토부만큼은 거론 자체를 꺼린다.
규제 확대에 대한 국토부 장관의 발언에 '당이 개별 정책에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거리를 뒀다. 앞다퉈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공급확대 시그널을 내비쳤던 의원들도 규제 언급은 외면했다. 본회의에 불참한 장관에 대한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민감한 부동산 정책에 돌출 발언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는 것이 이유지만, 그만큼 부동산 민심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식한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기능마저도 외면해선 안 될일이다.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부의 혼선이나 실책에는 따끔하게 지적하는 것 또한 집권여당의 몫이 아니겠는가.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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