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조 예산안 줄다리기…李 국민성장펀드·검찰 특활비 '공방'(종합)

"대통령실도 특활비 깎았다가 추경에서 부활" 野 반발에 일단 보류
李 국정과제인 국민성장펀드·아동수당도 제동

한병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박형수 국민의힘 간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1차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11.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금준혁 기자 = 728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심의중인 여야는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국민성장펀드와 검찰 특수활동비를 두고 각을 세웠다. 검찰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여당은 검찰의 기존 특활비 정보 공개가 미진했다며 감액을 주장했고, 야당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민성장펀드와 인공지능(AI) 관련 금융지원 사업에 반발하며 줄줄이 보류가 결정됐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정부안에서 72억 원으로 책정된 검찰 특활비를 52억 원으로 삭감 의결했다. 삭감된 20억 원은 특별업무경비로 전환했는데, 특별업무경비도 기존 정부안에서 30억 원 삭감됐고 영수증 증빙이 필요한 업무추진비가 50억 원 늘었다.

이에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특수활동비는 원래 필요에 의해 쓰는 것으로 증빙 자료가 원래 없다. 여기에 증빙자료가 없다고 (특활비를) 깎기 시작하니까 문제가 된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지난번 대통령실과 법무부·국회 특활비를 다 깎았다가 추경 때 부활했다"고 했다.

이어 "이번 결산 때 자료를 보니 대통령실에서 투명하게 한다고 특활비 자료를 공개했는데 공개한 것과 안 한 것 사이 큰 차이가 없다"며 "지금 결론낼 부분이 아니다. 검찰 특활비는 대통령실 특활비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의원들과 간사단이 논의해서 함께 진단할 문제"라고 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활비를 특별한 용처에 쓴다는 데 여야 이견은 없다"면서도 "기존 (검찰의) 특활비 정보 공개가 미진했다는 것은 법원의 (특활비) 공개 수준에 못 미쳐서고, 국회에서 비공개로 검증할 수 있는 기회까지 차단해서 문제였던 것"이라고 했다.

이에 한병도 소위원장은 "상임위 안을 포함해 한 번 더 논의하겠다"며 검찰의 특활비와 특경비, 업무추진비 관련 심사를 전부 보류했다.

한병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1차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11.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여야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두고서도 이견을 노출하며 예산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결론적으로 국민 성장펀드는 전체적으로 모든 핵심 정보가 부재한 상태로 2026년도 예산 전액을 반드시 삭감해야 한다"며 "국가 채무 증가를 전제로 한 관제 펀드는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의 우려가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펀드의 구성, 필요성, 목표에 따른 실행 계획이 정부 계획에 반영돼야 한다"면서도 "정부 조성 목표가가 100조 원에서 150조 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내년도 정부 예산도 (비율만큼) 5000억 원 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150조 원의 민·관 합동 자금을 조성해 AI,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다. 국민의힘은 예산 1조 원 전액 삭감, 민주당은 5000억 원 증액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민·관 공동출자로 농업 분야에 민간의 AI 기술을 접목하는 국가농업AX플랫폼에 대해서도 705억 원을 모두 삭감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AX가 국가 농업에 AI를 적용한다는 것인데 지능형 농기계 등 비슷한 사업이 열댓개 있어 너무 분절화됐다"며 "펀드 만능주의"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농림축산식품부의 AI 응용 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비슷한 취지로 675억 원의 예산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분절화됐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게 농촌 현실"이라며 "농촌 인구가 고령화되고 소득이 낮아 AI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얘기하면 효율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아주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소위 위원장인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해당 사업들에 대해 안건 심사를 보류했다.

이밖에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를 위해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한 1조 90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지원 정책금융 패키지에 대해서도 보류를 결정했다.

이날 기재위는 진통 끝에 한국수출입은행에 목적 예비비로 70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는 데 합의했다. 반면 정무위 소관인 한국산업은행은 6300억 원에서 3150억 원, 산자위 소관 한국무역보험기금은 5700억 원에서 4700억 원으로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감액된 상태다.

여야는 이날 오후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심사에서 8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두고 대치했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지만 아동수당을 13세까지 계속 확대한다고 했을 때 재원 대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빚투 재정이 아동정책에서 정책 효율성과 지속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예산 5233억 원의 삭감을 요구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6억 7500만 원 증액을 요청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지방 입장으로 보면 인구 감소 문제는 수도권 대비 지방의 경우 어린이집 미설치 지역이 더 많다"며 "어린이집을 보내지 못하면 부모가 직접 키워야 하고 경제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