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요토미·청첩장'이 삼킨 국감…위원장 마이크 점유, 의원의 4배

법사위 파열음·과방위 사생활 충돌…여야, 끝까지 파행 기록
설전만 남긴 25일…"정쟁 국감" 자성 속 '국감 스타'도 실종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질의하며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10.1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는 정쟁 일색이었다. 초반에는 '조요토미 희대요시' 파문이, 종반에는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축의금 논란이 국감 이슈를 뒤덮었다.

상임위원장이 국정감사를 정책감사로 운영할 의지가 없었다. 여야 간 감정 대립과 정치 싸움을 중재·조정하기보다 스스로 정쟁의 중심에 서서 발언을 독차지하는 경우도 많았다.

정책감사가 실종되다 보니 정부의 행정 전반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한 사람들 상당수가 답변의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돌아가야 했다.

법사위 '쇼츠정치' 이어 설전 얼룩…"지질한 놈" "한심한 XX"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국감 초반 최대 격전지는 단연 법사위였다. 법사위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이 대선 개입 목적이라는 의혹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특히 국감이 시작된 지난달 13일 법사위 대법원 국감에서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묘사한 '조요토미 희대요시' 합성 사진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민주당 주도로 같은 달 15일 대법원에서 실시된 현장검증에서는 의원 개개인이 주목받기 위해 벌이는 '쇼츠 정치'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감사가 실시되는 도중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복도에 나와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리기 위한 사진과 영상을 찍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유성 감사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과방위는 국감 도중 돌발적으로 터진 사적 이슈들이 논란이 됐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같은 과방위 소속인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보낸 '이 지질한 놈아'라고 적힌 문자를 공개했는데,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가 유출됐다. 박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한심한 XX"라고 욕설했다.

후반부에는 최 위원장의 축의금 문제가 최대 논란으로 부상했다. 최 위원장의 딸은 국정감사 기간인 지난 18일 국회 사랑재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최 위원장이 본회의 도중 축의금 관련 메시지를 확인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언론에 공개됐다.

최 위원장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국감 준비를 위해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의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는 취지로 해명해 빈축을 샀다.

여야 간 고성과 막말이 오간 상임위에서는 이를 막아서는 위원장과 이에 항의하는 야당 의원 간 설전이 계속됐다. 위원장은 회의 진행보다 야당과 맞서거나 청문회 증인에게 직접 질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지난 10월 14일 과방위에서는 최민희 위원장이 의원들의 평균 질의시간보다 4.21배 많은 1시간 29분을 발언했고, 10월 17일 법사위 추미애 위원장은 42분을 발언해 위원들 평균 발언시간보다 3.9배가 많았다.

극한 정쟁에 국감 스타 실종…"F학점" "국민께 죄송"

극한 정쟁이 정책 질의를 가려 올해 유독 국감 스타 탄생이 없었다. 역대 국감은 스타 정치인이 탄생하는 무대였다. 2018년 민주당 초선 박용진 의원은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를 처음 공론화해 전국구 스타가 됐고, 같은 해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고용 세습 의혹을 처음 폭로해 국정조사로 이어졌다.

국감에 불려 나온 증인 중 많게는 70% 가까이가 한 차례 질문도 받지 못한 채 의원들의 막말과 고성, 정회와 속개가 반복되는 혼란상을 지켜보다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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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증인 중 질문을 한번 도 받지 못한 증인 비율은 국방위 67.39%, 기후노동위 51.61%, 과방위, 48.28%, 법사위 43.06%, 정무위 40.48% 등이었다.

정치권 스스로도 이러한 평가를 부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 앞에 부끄러운 '정쟁 국감', 'F학점 국감'으로 끝났다"고 했고,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께 죄송한 일"이라고 했다.

이날까지 14개 상임위원회가 종합감사를 마쳤다. 겸임상임위인 운영위·정보위·성평등가족위 감사까지 마무리되면 25일간의 국감이 마침표를 찍게 된다. 다만 운영위에서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감 증인 채택이 최종 불발되면서 국감 마지막 날까지 여야 간 충돌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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