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보유세' 메시지 혼선…여권 수뇌부 엇박자에 신뢰도 흔들
김병기 "재판소원 당론 아니다"에 정청래 "당론 추진"…與 "언어 차이일 뿐"
보유세 두고 정부 '인상' 시사에 與 "논의 안 한다"…"신뢰 위해 시정돼야"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메시지'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정청래 당대표 취임 이후 혼선이 잦아지는 모양새다. 그간 대통령실과 당 사이의 혼선뿐만 아니라 당대표와 원내대표 사이의 엇박자도 심심치 않게 목격됐다.
초반에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 양측 간 감정적인 모습도 드러났으나, 이제는 '표현의 차이일 뿐 사실상 같은 뜻'이라며 이견은 없다는 식으로 해명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가장 최근 일어난 혼선은 당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헌법소원'(재판소원) 추진을 두고 정청래 당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의 발언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판소원은 당론은 아니다"라며 "당론으로, 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안으로도 '재판소원'은 발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20일 사개특위의 사법개혁안 발표 자리에서 정 대표는 "당론 추진 절차를 밟아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당론 여부'에 대해 "당론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며 "당론화할 수 있는 정도까지 가겠다는 것이 지도부 의견이다"라고 답했다.
하루 사이에, 또 같은 장소에서마저 당론 여부가 왔다 갔다 한 셈이다.
당 지도부의 엇박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김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3대 특검법 개정안을 합의한 다음 날 정 대표는 '재협상'을 지시했다. 이보다 앞서서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여야 동수 구성 합의안도 정 대표가 파기했다.
김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대통령실 및 당 지도부와 의견을 조율하며 협상에 나서 결과를 도출했지만, 이를 번복하면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당 강성 지지층의 비난은 김 원내대표에게 집중됐다.
윤리특위와 특검법 개정안 사건을 두고 감정이 쌓인 두 사람은 고위 당정대 만찬 등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소원 건은 애초부터 '엇박자'가 아니었다고 당은 설명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언어의 차이"라고 했고, 박수현 당 수석대변인은 "김 원내대표는 '현재' 당론이 아니라고, 정 대표는 '앞으로'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라 다 같은 말"이라고 했다.
정부의 세 차례 부동산 정책이 발표된 후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평가받는 '보유세'에 대해서는 정부와 당 사이뿐만 아니라 당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형일 기재부 1차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인사들은 하나같이 '보유세 인상'을 시사했다.
당 직전 정책위의장이었던 진성준 의원도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보유세 인상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전날(21일) 출범한 당 주택시장안정화태스크포스(TF)에서도 '세제 관련 논의는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당 사이에 조율되지 않은 듯한 입장이 국민에게 전달되면서 가뜩이나 혼란이 가중된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캄보디아 사태에 있어서는 지도부에서 과도한 주장이 제기되자 김 원내대표가 제지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캄보디아 사태에 대해 "필요하다면 군사적 조치 또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언주 최고위원 역시 "캄보디아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군사적 조치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보기관 출신인 김 원내대표는 "군은 근본적으로 무법성을 인정받지 않아 극히 신중해야 한다"며 "따라서 (최고위원들의) 발언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연내에 사법개혁안 등 주요 개혁 법안 처리를 추진하는 민주당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주도하려면 '메시지 혼란'부터 수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메시지 혼선이 발생하면 국민은 어느 말을 믿어야 하나 신뢰하기 어렵다"며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당과 정부, 당 지도부 투톱의 의견이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건 '신뢰'라는 측면에서 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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