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 스타' 노린 여야의 끝모를 막장극…李정부 첫 국감 일주일
"똥 싸고 있다" "한주먹거리"…고성·막말로 점철
법사위, 닷새 내내 파행…과방위는 '맞장' 촌극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가 엿새째 진행 중인 18일. 국감은 고성과 삿대질, 욕설, 반말이 뒤섞인 '난장판 국감'으로 변했다.
여야는 첫 일주일 동안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며 정쟁에만 몰두했다. 정책 감시와 대안 제시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강성 지지층을 자극할 장면 연출에 집중한 '쇼츠용 국감'이란 부끄러운 수식어가 붙었다.
가장 격렬한 공방은 단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꼽힌다. 닷새 내내 감사 중단과 퇴장, 경고, 재개가 반복되며 파행이 이어졌다.
전날 회의장에서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 "법사위가 당신 거냐"는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고, "인간 같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 안 한다", "귀 먹었냐" "학교 안 다녔냐" "병원은 가봤냐" 등 막말까지 쏟아지며 장내가 아수라장이 됐다. 결국 국감은 한동안 중단됐고 여당만 남아 감사가 마무리됐다.
13일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출석한 자리에서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조요토미 히데요시' 합성사진을 꺼내 들어 파문을 일으켰다. 대법원장을 면전에서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빗댄 것이다.
15일 대법원 현장 국감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법대 위에 올라 사진을 찍거나 쇼츠로 제작해 홍보용으로 활용하면서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극을 연출했다. 지난 14일 국감에서 김우영 민주당 의원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받은 "에휴 이 찌질한 놈아"라는 문자 메시지를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공개하자 박 의원은 "개인적으로 보낸 걸 왜 공개하느냐, 너 나가라"고 맞받았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이 놀란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이후 양당은 서로를 경찰에 고발했다.
16일에는 두 의원이 "한주먹 거리다", "넌 내가 이긴다" "옥상으로 따라오라" 등 초등학생 수준의 설전을 벌이며 눈 뜨고 보기 민망한 장면을 연출했다. 증인과 참고인들은 한동안 회의장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다른 상임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왜 지X이야" "내란이 지X이지"(13일 국방위원회) "윤석열 정부가 싼 똥" "이재명 정부도 똥 싸고 있다"(같은 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저속한 표현이 잇따랐다.
과거 기업인과 장관을 상대로 날카로운 질의로 주목받던 '국감 스타'는 사라지고, 대신 쇼츠 영상 속 '싸움 장면'만 회자됐다. 정책 질의 대신 막말이 국감을 지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긍정적 평가를 받은 인물은 의원이 아닌 문지석 검사였다. 그는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퇴직금 체불 사건을 수사하던 중 검찰 윗선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사건이 신속하게 회복돼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게 됐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흘리는 그의 발언에 여당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다음 주에도 여야 충돌은 계속될 전망이다. 법사위에서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양평 공무원 사망 사건을 놓고 재격돌이 예고됐고,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도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도 국감의 핵심 변수다. 김 실장의 이름은 상임위 곳곳에서 오르내리며 이번 국감을 꿰뚫는 키워드가 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공세에 "스토킹 국감"이라며 역공에 나서고 있어, 김 실장 출석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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