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 정치권 '막말' 점입가경…양극단 혐오만 증폭
송언석 "제발 그리됐으면"…정청래 "대법원장이 뭐라고"
법사위는 '막말의 장'…"사회 전반 폭력 수위 상승 우려"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정치권이 '막말'로 주목받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진영 정치의 대결 구도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경쟁까지 겹치면서 '논란의 발언'은 지지층 결집의 수단으로 쓰이는 모양새다. 그러나 자극적 언사로 눈길을 끄는 정치는 국민의 정치 혐오를 증폭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적 폭력성을 키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가장 주목받은 '논란의 막말'은 "제발 그리됐으면 좋았을걸"을 꼽을 수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자로 나서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하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내뱉은 말이다. 해당 발언은 '죽었으면'으로 치환돼 민주당의 큰 반발을 일으켰다. 송 원내대표는 이후 "유감" 표명을 하면서도 "전체 상황을 다뤄봐야 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사과를 받지 않았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의 "호남에서는 불 안 나나" 발언도 있다.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경북산불특별법) 표결 때 나온 말이다. 김 의원은 "(산불은) 특정 지역에만 나는 게 아니라 영·호남 가리지 않고 불이 난다, 그러니 찬성을 해달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당시 일부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법에 산림 난개발을 조장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기권표를 던졌는데, 이에 대한 대응이 '경상도 사투리'로 축약돼 나오면서 오해를 일으켰다는 취지였다.
국민의힘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도 못지 않다. 당장 정 대표가 대표주자로 꼽힌다. 그는 송 원내대표의 '그리됐으면' 발언 직후 페이스북에 "사람이기를 포기한 송씨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면서 송 원내대표를 '송씨'로 표현했다. 국민의힘의 장외투쟁을 지적하면서는 "가출한 불량배를 누가 좋아하겠는가"라는 표현도 썼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비판은 더 수위가 셌다. 정 대표는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라면서 대법원장 탄핵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했다.
호남이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만큼 김정재 의원 사건 당시 민주당은 총공세를 펼쳤다. 논란이 일어난 다음날(9월 26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한준호 최고위원은 해당 음성을 재생하고는 "이게 국회의원이라는 작자가 웃으면서 할 소리냐", "이 더러운 심보로 무슨 정치를 하겠나"라고 했다. 특히 당시에는 김 의원으로 발언자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정 대표는 사실상 대중의 집단적 지탄을 유도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서 이 목소리 주인공을 찾아주길 바란다", "범인, 너는 누구냐"고 했다.
동일한 회의에서 김병주 최고위원은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노만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향해 "경고한다. 제 분수도 모르고 깝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노 권한대행이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안에 있어 우려를 표하자 "지금은 반성의 시간"이라며 내놓은 발언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8월 당시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을 "밀정", "매국노 대통령"이라고 하자 "아무리 당대표가 되고 싶어도 대소변을 가리면서 말하라"고 했다. 막말이 막말을 부른 사례다.
여야 간 막말이 맞불처럼 번지는 장으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여야 법사위원들은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 국민의힘 간사로 내정됐으나 민주당 주도로 선임이 거부된 나경원 의원을 중심으로 매일같이 막말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다투고 있다.
지난달 22일 법사위 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추 위원장을 향해 "가을 추(秋)자가 아니라 추할 추(醜)자가 붙는 법사위가 된다"는 발언이 나왔다. 같은 날 추 위원장은 나 의원을 향해 "검찰개혁되면 큰일 나나. 이렇게 (반발)하는 것이 윤석열 오빠에게 무슨 도움이 되나"라고 했다.
같은 달 30일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 일정을 추가하면서 벌어진 여야 충돌 땐 "송석준, 내 말에 놀랐나"(서영교 민주당 의원), "서영교! 그렇게 버릇없이 굴지 마"(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야, 조용히 해"(최혁진 무소속 의원)와 같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반말로 다투기도 했다.
여야가 이처럼 극한으로 맞붙는 배경으로는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세진 것을 비롯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대표와 송 원내대표의 경우, 각 당 지도부라는 점에서 승기를 반드시 가져와야 하는 입장이고 이 중에서도 송 원내대표는 경북도지사 후보군으로도 언급된다. 추 위원장과 김병주·한준호 최고위원은 경기도지사, 서영교 의원은 서울시장, 나 의원은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모두에 거론되고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고자 하는 이들이 자극적인 언어를 통해 정치권의 갈등과 분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에서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기 위해 그들의 입맛에 맞는 메시지를 내는 게 아니겠나"라고 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 또한 이에 동의하는 한편 "지금 양상은 누가 죽어야만 끝나는 식의 검투를 연상시킨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사이다 발언과 막말은 구분돼야 하고 정치인들이 강성 지지층의 눈에 들기 위해 자신의 품격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막말 여파가 정치권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긴장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치인의 막말은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성화로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양극화된 그들만의 세상에서 조회수 등을 높이고 내 편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 과격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쇼츠 등을 통해 이러한 언어적 폭력에 아이들이 자주 노출될 경우까지도 고려하면 사회 전반적으로 폭력 수위가 상승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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