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국회 한달 가까이…협치 실종 대치정국 더 '꽁꽁'

개막 3주 지나도록 여야 합의 법안 '제로'
野 "무한 필버" 與 "타협 없다"…경색 장기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출입로 앞에 설치된 '일방통행' 표지판 너머로 국회가 바라보이고 있다. 2019.12.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9월 정기국회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민생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한 채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강행 처리에 나서자 국민의힘은 장외투쟁으로 맞불을 놓으며 정국은 더욱 얼어붙는 분위기다.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일 개막 이후 본회의를 통과한 안건은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안 3대(내란·김건희·순직 해병) 특검법 개정안 등 4건에 불과하다. 여야 합의 처리 법안은 3주가 넘도록 단 한 건도 없다.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오찬 회동을 갖고 민생경제협의체 출범을 약속했으나, 특검의 당원 명부 압수수색 사태로 출범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국회 일정도 충돌의 연속이었다. 개회식부터 여당은 한복, 야당은 근조 리본을 단 검은 상복으로 맞섰다.

9~1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내란'을 26차례 언급하며 정당 해산을 거론했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을 '어리석은 군주'로 몰아세웠다.

11일에는 권 의원 체포동의안과 이른바 '더 센 특검법'이 가결됐다.

여야가 화합한 순간은 8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악수한 장면뿐이었다.

10일 여야 원내대표가 3대 특검법 수정안에 전격 합의하기도 했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합의는 파기됐다.

이후 양당 대표는 서로를 "윤석열 내란 수괴 똘마니"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라고 원색적 비난하며 상대 당을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으로 규정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이른바 무한 필리버스터 카드를 검토 중이다.

당장 첫 전선은 오는 25일 본회의에 상정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손봐야 할 법률만 700건이 넘는다. 법안 하나당 24시간씩 잡으면 약 2년이 걸리는 셈이다.

본회의에는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과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 등 여야 간 쟁점이 없는 49건도 상정된다. 하지만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충돌이 불가피해 무사히 처리될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외에도 야당이 반대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설치법, 국회법, 국회 상임위 규칙 개정안, 국회 증감법, 국회기록원법 등 추가 상정을 예고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일일이 받아내겠다. 그 문제로 타협은 없다"며 필리버스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여야 모두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정기국회 폐회일인 12월 9일까지 경색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