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당심이 준 장동혁의 시간…민심이 낸 숙제
-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국민의힘 대표 선거 결선에서 당심과 민심은 다른 곳을 바라봤다. 민심은 김문수, 당심은 장동혁이었다. 승부는 룰이 갈랐다.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60.18%를 얻어 장동혁 대표(39.82%)를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당원 투표에서 장 대표가 52.88%, 김 전 장관이 47.12%를 득표했다. 당원 투표에 4배 가중치를 두는 규칙을 적용하면서 장 대표의 0.54%p 신승이 결정됐다.
흥미로운 건 민심의 급격한 이동이다. 4인 경선에서 김 전 장관의 민심 득표율은 36.56%에 불과했다. 장 대표는 26.24%로 차이는 10%p 남짓이었다. 그러나 결선에 들어서자, 김문수 쏠림이 크게 강화됐다.
단순 대선 후보의 인지도 효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결선 구도에서 찬탄(탄핵 찬성) 민심은 장 대표에 대한 거부감을 일부 드러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장 대표의 선거 전략은 당심 결집엔 성공했지만, 민심의 문턱을 넘진 못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겠다거나 한동훈 전 대표보다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를 공천하겠다는 발언 등은 강성 지지층에게는 '사이다'일지 몰라도, 민심의 반감을 부른 셈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당대표는 민심의 호응 없이 성공할 수 없다. 당내 경선이 아닌 전국 선거가 장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장 대표 스스로도 "국민의힘 지지율을 끌어올려 힘의 균형을 맞춰야 협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방법론이 관건이다. 중도층에서 호응을 얻는 인물들을 당에서 내쫓는 것이 외연 확장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불과 3개월 전에 선거를 거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을 야당의 대표가 조기에 끌어 내리겠다고 하는 것이 중도층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지표는 냉정하다. 앞으로 몇 달간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으면,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당내 불안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될 것이다. 의원 개개인에게 총선 공천권 없는 당대표를 흔드는 일은 큰 리스크가 아니다. 오늘은 단일대오지만, 내일은 계산이 바뀔 수 있다는 걸 한국 정치는 숱하게 보여줬다.
지방선거를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 빠르게 낸 경고의 메시지를 흘려 들어선 안 된다. 오 시장은 장 대표에게 취임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이제 국민의 눈높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살펴야 한다"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룰 것"을 주문했다. 다른 목소리를 적으로 돌리지 말고, 다름을 자산으로 바꾸라는 메시지다.
민심이 준 숙제는 분명하다.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키는 것. 나아가, 무엇이 당심이고 민심인지 분간조차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장동혁이란 정치인이 당 안에서 만든 '돌풍'을 당 밖의 시민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역설적으로 당심은 더 굳건해질 것이다. 장 대표가 얻은 것은 권력이나 자리가 아닌 시간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앞으로 국민의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master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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