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계파 부작용' 러닝메이트 폐지…당대표 정치력 시험대

국힘 선관위 "러닝메이트 불용"…'OO팀' 앞으로 못 본다
차기 지도부, 계파색 완화…"대표, 고도의 정치력 요구"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 참패한 가운데 혼란에 처한 당을 추스르고 이끌어갈 구원투수로 누가 등판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모습. 2024.4.1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국민의힘이 그간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에서 암암리에 이뤄져 온 '러닝메이트'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당내 계파 정치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에 따라 차기 지도부에는 당 대표와 계파색이 맞지 않는 이들이 대거 지도부에 입성하게 될 전망이다. 당 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29일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회의에서 러닝메이트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대선 당시 신설된 당헌 제8조의3 계파불용에 따른 결정이다.

러닝메이트란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가 짝을 이뤄 출마하는 방식을 말한다.

당헌·당규에 '러닝메이트' 방식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는 만큼, 그간 전당대회에서 각 후보들은 자신과 계파색이 맞는 이들과 팀을 이뤄왔다. 지난 해 전당대회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와 장동혁·박정훈·진종오 의원이 팀을 이룬 바 있다. 그에 앞서선 이준석 전 대표가 김용태 의원과 함께 출마했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이같은 러닝메이트로 인해 당내 계파 정치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선관위원인 이상휘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파벌이나 계파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신이 당헌에 들어가 있으니 그 부분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몸이 약하면 바이러스가 많이 들어올 것이고 결국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간 짝을 이룬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은 서로를 위한 선거운동에 나서며 지지를 호소해 왔다. 유력한 당대표 후보일수록 메시지 파워가 강한 만큼, 선거운동 효과는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유력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이룬 최고위원 후보들이 대체로 당선됐던 배경이다.

하지만 당이 러닝메이트를 불허하면서 특정 계파가 당 지도부를 장악하는 그림은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현재까지 출마를 공식화한 인물은 송파병 당협위원장과 김민수 전 대변인, 김소연 변호사, 손범규 인천 남동갑 당협위원장, 함운경 김포을 당협위원장 등 원외 인사들이다. 당 대표 후보와 암암리에 연대를 이룬다고 하더라도, 공개적인 지지가 없다면 지도부 입성을 장담할 수 없다.

야권 관계자는 "러닝메이트를 불허하더라도 후보자들끼리 암암리에 연대를 맺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공개적으로 팀을 이뤄 선거운동을 하진 못할 테니, 유력 당대표 후보가 특정 후보와 연대한다고 해도, 당선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당 대표의 정치력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계파색이 맞는 최고위원 후보자가 지도부에 입성할 가능성이 떨어진 만큼, 의사 결정 과정에서 더 많은 설득과 토론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최고위원회는 당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4인, 청년 최고위원 1인을 선출한다. 지난 한동훈 지도부의 경우 한 전 대표의 러닝메이트 3명 중 2명이 지도부 입성에 성공했다.

야권 관계자는 "러닝메이트가 폐지되면서 집단지도체제 성격이 더 강해지게 됐다"며 "차기 당 대표는 이전보다 더 강한 정치력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