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재명의 '직접민주주의' 과하면 독

대표 임기 내내 직접 민주주의 강화 설파…온라인 여론 몰이 '우려'
'아고라' 부활이 정치개혁?…대의제 훼손 부작용 숙고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의 국민 참여 프로젝트인 '모두의질문Q'에서 'AI와 대한민국, 그리고 나' 주제로 개최한 첫 번째 대담에 참여했다. (민주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2/뉴스1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국민의 주권 의지가 일상적으로 국정에 반영되도록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달 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치 개혁'의 청사진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끓어오른 광장의 열기를 정치권이 수용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표에게 직접 민주주의 실현은 정치적 수사를 넘어선 신념으로 보인다. 그는 2022년 전당대회에서 '전자 민주주의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이후 당 대표 임기 내내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 지난 1월에는 내란 사태를 종식한 후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아고라'를 부활시켜 직접민주주의 '르네상스'를 실현하겠다는 장밋빛 구상도 내놨다.

직접 민주주의 강화를 통한 국민 참여 독려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 정책을 결정하고 법률을 제정하는 과정에 국민 의사를 강력히 반영하면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첫 조치로 '국민 소환제'를 약속하고 국민 참여형 온라인 플랫폼인 '모두의질문Q'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직접 민주주의 강화의 부작용 우려는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일례로 국민 대리인단의 자율성 침해는 수십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일정 궤도에 오른 대의 민주주의와 크게 충돌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과잉 대표될 수 있다는 점도 꾸준히 지적된다. 국민들이 '이재명의 민주당' 미래에 의문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이다.

지난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권리당원 의사를 20% 반영하기로 한 첫 시도부터 파열음 조짐이 보였다. 강성 당원들은 지지하는 후보가 의장으로 선출되지 않자 투표 명단 공개를 요구하거나 '수박 색출' 문자 테러를 가하기도 했다. 당시 대의 민주주의 정신에 반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당심' 한마디로 모든 우려는 일축됐다. 좌우 극단의 목소리가 분출하는 요즈음 이같은 불안감은 더 커져만 간다.

이 대표의 모습도 믿음을 주기 부족하다. 그는 당원 탈당 사태 당시 "대의제 중심의 과거형 민주주의에서 직접민주제 중심의 미래형 민주주의로 혁신해 가는 거대한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고 말했다. 대의 민주주의를 '과거'로 규정하고 혁신의 대상으로만 단언하는 모습은 위태위태 하다.

현대 민주주의는 '시민에 의한 지배'가 아닌 '시민 동의에 의한 지배' 체제라는 말이 있다. 대의 민주주의에서는 시민들의 일차적 의견 표출이 정책에 직결되지 않는다. 대신 시민의 동의를 얻은 대리인단을 통해 심의와 숙의를 거쳐 정화되거나 더욱 정교해진다. 직접 민주주의에 없는 대의 민주주의의 주요 기능이다.

민주주의의 발전은 '아고라'의 부활이 아니다. 비상계엄으로 무너진 대의 민주주의를 우선 회복하고 그 토대 위에서 다양한 직접 민주주의를 실험하고 접목하는 것이다. 직접 민주주의 실패는 중우정치로 귀결된다. 민주당에 이어 대한민국에 직접 민주주의를 일방 이식하려는 이 대표는 이를 유념하길 바란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