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한동훈 "차기 대통령은 3년만"…이재명 "개헌은 블랙홀"

개헌론 불붙었다…비명계 김동연 ·김두관도 "임기 3년 단축"
홍준표·김경수·김부겸 여야 모두 개헌 찬성…김문수 '차근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2025.2.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조기 대선 현실화 조짐 속 개헌론이 불붙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로 '87년 체제'의 한계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헌법 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셈법은 제각각이다.

여야 잠룡 선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헌 논의에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반면 비명계와 여권에선 개헌론을 불붙이며 '판 흔들기'를 노리고 있다.

'임기단축' 띄우며 권력 분산 강조…비명·국힘, 개헌 의기투합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 등 여권은 물론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두관 전 의원 등 야권 잠룡들은 잇따라 '임기 단축 개헌론'을 띄우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우리 당에서 어떤 후보가 되더라도 그다음 총선 시기에 맞춰 대통령 임기를 3년만 하고 물러나자"고 제안했다.

한 전 대표도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만약 올해 대선이 치러지면 새 리더는 4년 중임제로 개헌하고, 자신의 임기는 3년으로 단축해 2028년에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도 김동연 경기지사는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다음 대통령은 차기 총선과 주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임기는 3년으로 단축해야 할 것"이라며 분권형 4년 중임제를 주장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중임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밖에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입법부 양원제를, 김경수 전 지사는 조기 대선과 2026년 지방선거에서 단계적 개헌을, 김부겸 전 총리는 2026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은 아니더라도 개헌 필요성에는 대부분의 차기 주자가 공감대를 형성한 셈이다.

이재명 "개헌, 안할 수 없지만 지금은 내란 극복 집중"

반면 여야 주자를 통틀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대표는 개헌에 소극적이다. 12·3 비상계엄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수습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지난 대선 때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었던 점만으로 논의를 피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SBS 유튜브 '스토브리그'에 출연해 개헌과 관련 "안 할 수는 없다"면서도 "블랙홀 같은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주자 중 선두를 달리는 김문수 장관 역시 지난달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과 관련 "문제가 있다면 차근차근 고쳐야지 국가 전체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헌법이 문제다'라고 하는 건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與 "李, 권력 나누고 임기 줄이기 싫을 것"…'이재명 대세론' 비명계 고심

개헌론 시각차는 각 진영과 잠룡들간 이해득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여권은 이 대표 독주를 저지하고 조기 대선판을 흔드는 전략적 측면에서 개헌론을 점화시키는 측면이 크다. 개헌론에 선을 긋고 있는 이 대표를 집중 공략하며 이 대표의 권력 욕구를 부각하는 전략도 엿보인다.

국민의힘 한 3선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행세하고 다니는 이재명은 권력을 나누고 임기 줄이자는 개헌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개헌을 피하는 속내를 훤히 꿰뚫고 있는 국민들은 얕은 잔꾀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한 이 대표 독주 제지에 힘이 부친 비명계는 차선책으로 '빅 텐트'를 구성해 권력을 분산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이다.

김경수 전 지사가 대통령·의원내각제를 절충한 연합정부 도입을 제안하는 등 비명계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야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시 60일 안에 실시해야 하는 촉박한 조기 대선 일정을 감안한 현실론도 지적한다. 비명계 주자들이 이 대표를 밀어주는 대신 권한을 나누는 현실론을 택하며 차차기 대선을 준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이 대표가 비명계 유력 인사들과 회동을 통해 무언가 주고받지 않았겠느냐는 말도 있다"며 "판을 뒤집기 힘들다면 당 분열로 비치는 행위보다는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어찌 보면 합리적"이라고 했다.

eonki@news1.kr